매년 높아지는 보험 손해율을 막기 위해 국내 보험사들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보험금 누수에 대처하고 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보험사들은 사기 감시 및 고객 지원 등 여러 방면에서 손실을 막기 위해 대응하고 있는데, 올해 역시 관련 기술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높은 보험 상품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곳은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이다. 두 보험 상품은 각각 가입자가 3500만명, 2360만명을 넘어 일명 '국민 보험'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두 보험의 누적 손실액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실손보험·자동차보험 모두 최근 3년간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18년 기준 손실액은 1조594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2019년에는 2조4774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역시 2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같은 기간 자동차보험도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2019년엔 손실액 1조6445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손실을 기록하면서 손해율 역시 악화하고 있다. 손해율은 납입된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을 뜻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1%로 3년 전(122.4%)에 비해 8.6%포인트(p) 악화했다. 자동차보험도 지난해 11월 기준 손해율 89.8%를 기록해 2017년(80.9%) 보다 약 9%p 증가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AI를 활용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2020년 AI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한 '교보보험사기예측시스템(K-DFS)'를 출시했다. 머신러닝이란 기계가 사람처럼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수법이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뜻한다.
현대해상(001450)도 빅데이터 기반 AI 분석시스템(Hi-FDS)를 개발해 손해율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AI 관련 시스템을 접목해 부당 및 허위청구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은 'K-FDS(이상거래탐지) 통합시스템'과 '빅데이터 분석시스템(K-DMS)'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보험사기 인지부터 종결단계까지 사기 혐의를 분석한다. 작업은 의료 데이터 정보를 수집한 후에 이를 머신러닝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이뤄진다. 이후 이상거래로 탐지된 건에 대해 조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KB손보 관계자는 "작년에만 400건이 넘는 보험사기를 적발했다"며 "앞으로도 관련 범죄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신한라이프는 '웹크롤링' 기술을 활용한 '소셜미디어 보험사기 분석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웹크롤링 기술이란 웹페이지에서 필요한 데이터만 추출해 수집하는 기법을 뜻한다. 신한라이프는 해당 기술을 이용해 인터넷 블로그·카페·소셜미디어(SNS)에서 특정 키워드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보험사기를 조장·모의하는 계정을 찾아내거나 사기 수법 등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340건의 의심 정황을 포착해 이를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올해에는 보험사들의 이 같은 AI 기술이 확대될 전망이다. KB손보는 올해 안에 AI 분석모델 등을 재구성한 'K-FDS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보험사기 분석 대상을 확대하고 분석 방법을 더욱 정교·고도화한다는 목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용 감축과 더불어 매년 지적됐던 손해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대다수의 보험사가 AI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기술 개발 비용 등 초기 단계의 어려움만 해소된다면 앞으로 도입하는 보험사들은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AI 기술 활용 시,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들이 AI 기술에 활용할 소비자 개인정보 등을 수집할 때, 민감하거나 불필요한 정보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AI 기술을 통해 보험사기를 적발함으로써 손해율을 개선되는 장점은 분명히 있다"면서 "그러나 AI 윤리 문제 역시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민감한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알고리즘이 잘못 설계되는 경우, 의도치 않은 윤리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기술 개발과 함께 이 부분 역시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