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모아(The More) 카드 막차 타겠습니다. 진작 안 만드신 분들은 후회하겠네요."

지난해 12월 31일, 2022년 새해부터 더는 발급되지 않는 카드를 놓고 각종 소비자 커뮤니티에서는 '올해 마지막 날 단종 되는 알짜카드 발급받는 법'을 담은 게시물이 심심찮게 올라왔다.

주인공은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가 2020년 11월 내놓은 '더모아(The More)카드'였다. 신한카드는 지난 12월 27일 '12월 31일자로 더모아 카드 신규 발급과 재발급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이 카드는 지난해 신용카드 정보 사이트 '카드고릴라'가 선정한 올해 인기 신용카드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 얼핏 카드사에 '효자상품'일 듯 싶지만, 인기 여부와 상관없이 출시 1년여 만에 사라지게 됐다.

알뜰한 카드 이용자들에게는 달콤한 혜택을 안겨주는 피킹률(카드 사용액 대비 실제로 받은 혜택의 비율) 높은 카드였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애물단지였다. 이 카드는 연회비 1만5000원을 부담하고 전월 이용실적 30만원만 채웠다면, 5000원 이상을 결제할 경우 1000원 미만 금액을 한도와 횟수 제한 없이 포인트로 적립해줬다. 5990원을 결제할 경우 990원을 포인트로 쌓아주는 식이다. 이렇게 따지면 쓴 금액의 15%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는 "기존 더모아 카드는 혜택만 누리는 체리피커들 때문에 과도한 손실이 발생해 연말까지만 발급 신청을 받고 이후 (발급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카드 이용자 편의를 높이는 리뉴얼을 거쳐 올해 1월 중 새로운 버전의 더모아 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카드는 더모아 카드 외에도 빅플러스(Big Plus) GS칼텍스애경, 2030 우체국멤버십, 레이디(Lady) 교육사랑, 레이디 우체국 멤버십 같은 카드도 올해부터 신규 발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위 카드들은 유효기간 연장만 가능하다.

그래픽=이은현

2022년 새해부터 할인·적립 인심이 후했던 '알짜카드'들이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카드사들은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로 어떻게든 비용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그러나 금융 소비자 단체들은 '카드사가 잘못된 카드상품 설계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이를 막을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가 단종한 카드는 총 192종(신용 143종·체크 49종)에 달한다. 단종 신용·체크카드 수는 2017년 93종, 2018년 100종에서 2019년과 2020년 각각 202종으로 갑자기 2배가 불어난 이후 줄곧 이 정도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단종 카드가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한 2019년은 국내 전업카드사들의 본업에 해당하는 신용결제 부문 수수료가 0%대 후반으로 떨어진 해다.

한 전업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줄어들면 결국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관련 혜택을 유지하는 비용을 줄이려면 출시 시점이 오래된 카드부터 정리하거나,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카드를 단종시키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9~2020년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은 2013~2015년 5000억원에서 2016~2018년 245억원으로 떨어졌다. 2019~2020년에는 이보다 못한 131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당국 역시 마케팅 출혈 경쟁을 자제하라고 당부하며 알짜카드가 멸종되는 데 부채질을 하고 있다. 2020년 금융당국이 만든 신용카드 수익성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상품 출시 후 5년간 흑자를 내야 한다. 연회비를 넘는 과도한 부가 서비스 역시 제공할 수 없다. 올해 카드사들이 신용판매 부문에서 거둬들이는 적자가 더 늘어나면 이전처럼 연회비나 이전달 실적 조건 같은 까다로운 진입 장벽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피킹률이 높은 카드는 더욱 찾아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불편은 졸지에 혜택이 많은 카드를 쓰지 못하게 된 금융 소비자들의 몫이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카드 상품을 만들 때 당시 상황이나 미래를 충분히 예측해서 설계를 했을 텐데, 지금 와서 보니 적자를 면하지 못한다고 손바닥 뒤집듯이 카드를 없애는 것은 지극히 편의주의적 경영 방식 아니냐"고 지적했다.

현행 여신법상 신용카드는 상품 출시 후 3년만 기본 부가 서비스를 유지하면 이후부터 이용자에게 고지한 후 기본 혜택을 카드사 마음대로 바꾸거나 축소할 수 있다. 카드 발급 중단은 아예 의무 고지 사항조차 아니다. 금융 소비자들은 카드사가 3년 후 이용하던 카드 상품을 없앤다고 해도 상품을 바꾸거나, 해지하는 것 이외에 딱히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 마케팅 관련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방침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마이데이터나 기타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핀테크 기업에 준하는 디지털 혁신 사업 분야에서 카드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어 소비자에 돌아가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