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카카오페이(377300)와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디지털 보험 시장에 뛰어들었다. 손해보험사의 주요 판매 상품 중 하나인 장기인상품 관련 시장 강화를 예고한 데 따른 행보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메리츠화재 제공

메리츠화재의 이런 움직임은 김용범 부회장의 '성과주의'에 기인한 것이란 평가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장기인보험과 디지털 진출을 위해 노력해왔다. 취임 이듬해엔 김 부회장(당시 대표이사)은 업무 효율화와 인건비 축소 목적으로 전국의 12개 지역본부 산하 221개 점포를 절반으로 줄였다. 이어 장기보험·보상효율화TF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두며 장기보험 사업을 강화했다.

최근 메리츠화재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기준 당기순이익은 4673억원으로 삼성화재(000810), DB손해보험(005830)에 이은 3위였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4.5%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로서, 주주가 갖고 있는 지분에 대한 이익의 창출 정도를 뜻한다.

그래픽=이은현

메리츠화재는 꾸준히 장기인보험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암보험 등 장기인보험료를 최대 15% 인하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예고했다. 장기인보험이란 보험료 납입 기간이 3년 이상으로 길고, 상해나 질병 등 사람의 신체 등에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암·치매·어린이보험 등이 있다.

메리츠화재는 보험료 인하를 통해 매출 증대와 궁극적으론 시장점유율 1위를 노리겠다는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인보장 시장점유율 20%를 기록해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 손보사 중 하나인 메리츠화재의 인하 결정은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인 만큼, 동종 업계도 메리츠화재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지적을 받아 금액을 내렸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래도 메리츠화재가 보험료 인하를 결정했다는 것은 다른 보험사들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높은 보험료에도 시장 점유율 3~5위를 기록했는데, 보험료가 인하된다면 점유율 개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메리츠화재는 디지털 부문 강화도 꾀하고 있다. 지난 24일 메리츠화재는 카카오페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향후 카카오페이와의 협업을 통해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기술력을 결합한 보험서비스를 앞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리츠화재는 내년 1월 중 30~50대 직장인을 목표로 한 신상품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주요 손보사들은 보통 자회사나 자체 플랫폼을 활용해 디지털 보험을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렇기에 메리츠화재의 이번 빅테크와의 협업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추후 메리츠화재의 실적 결과에 따라 주요 손보사들이 비슷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업무협약 내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현재 준비 중인 미니보험 외에도 다른 사업 방향성에 대해 논의를 가졌을 것"이라며 "앞으로 내놓을 상품 유형 등에 따라 여러 보험사도 관련 사업을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법으로 인해 빅테크를 보험중개사로 활용하진 못하겠으나,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라며 "앞으로 메리츠화재가 어떤 행보를 택할지 업계에서는 지켜보는 단계"라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앞으로 손보사들과 빅테크의 협업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 통상적으로 30~40대가 보험에 새로 가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빅테크가 지닌 편리성 등을 활용한다면 유치가 더욱 쉬워질 것이라는 뜻이다. 이어 금융당국의 해석에 따라 빅테크와 접목한 보험 상품 개발도 활발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와 같은 경우, 고객과 접점이 높고 이용하기도 편리한 장점이 있다"며 "주력 보험 소비 계층인 30~40대는 대면보다는 디지털 채널을 선호하는 측면이 있어 앞으로 고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사들은 관련 상품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상품도 다양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이 온라인 플랫폼 보험 상품 판매 관련해 규제나 제도를 발표하면, 보험사들이 이를 근거해 개발 상품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방향성에 따라 보험회사들이 온라인 채널을 활용한 새로운 상품을 내놓거나 판매 방식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