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빅테크·핀테크 기업 플랫폼의 위협 속 전통 금융사들이 디지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인력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두 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을 비롯해 주요 금융사들은 디지털 전환 사령탑에 외부 인력을 잇따라 영입하며 금융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경영학, 통계학, 경제학, 법학, 금융세무학, 무역학 분야가 주를 이뤘던 금융그룹 임원 자리에 이공계열 전공자나 IT 기업 출신 외부 전문가들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4일 그룹 최고 디지털 책임자(CDO·Chief Digital Officer)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IBM, SKT를 거친 김명희 부사장을 영입했다. 지난 4월에는 인공지능(AI)사업을 총괄하는 통합AI센터(AICC)장에 김민수 삼성 SDS AI선행연구랩장을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 C&C부문 상무를 각각 마이데이터 유닛장과 데이터 유닛장으로 합류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작년 12월 진옥동 은행장 직속의 디지털혁신단을 신설한 이후 김철기 상무를 단장으로 세우는 등 디지털혁신 리더를 모두 외부 전문가로 중용했다. 2017년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으로 은행에 합류한 김 상무는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출신으로 빅데이터, 통계분석, 알고리즘 개발 전문가다.

(왼쪽부터)신한은행이 올해와 지난해 영입한 김명희 CDO, 김민수AICC장, 김혜주 마이데이터 유닛장, 김준환 데이터 유닛장

KB금융그룹의 디지털 사령탑으로 여겨지는 KB국민은행 테크그룹 수장 윤진수 부행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와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산학 석·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빅데이터센터장과 삼성SDS 클라우드 추진팀장을 거쳐 현대카드 캐피탈N본부장을 역임했다. KB금융에는 2019년 데이터전략본부 전무로 합류했다.

이후 KB금융은 빅테크 출신 전문가를 잇따라 영입했다. 지난 4월에는 테크그룹 소속 테크기술본부장에 박기은 전 네이버 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했다. 박 CTO는 중앙대 전자계산학 학사와 컴퓨터공학과 석사를 거쳐 2000년부터 2021년 3월 네이버에서 일했다.

조영서 DT(디지털전환)전략본부 총괄은 신한금융지주 디지털전략본부장 출신이다. 작년 2월 영입한 성현탁 리브부동산 플랫폼부 부장은 네이버 출신이고, 2019년 영입된 최명숙 리브플랫폼부 부장은 다음과 현대카드를 거쳤다.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윤진수 부행장, 박기은 테크기술본부장, 조영서 DT전략본부 총괄. /KB금융

지난 6월 하나은행에 합류한 김소정 디지털리테일그룹장 직무대행 겸 디지털경험 본부 부행장은 전자상거래 이베이 코리아와 국내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출신이다.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라이브커머스 등 디지털 분야에서 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의 황보현우 CDO 겸 하나은행 데이터&제휴투자본부장도 한남대 글로벌IT경영학과 교수, 코오롱베니트 전문위원 등을 지낸 외부 인사로, 지난 2019년 하나벤처스 경영전략본부장으로 합류했다.

우리금융그룹도 디지털은행전환에 초점을 두고 외부 전문가 영입과 조직 개편을 해왔다. 올해 6월 합류한 김진현 우리은행 디지털그룹 DI추진단장(본부장)은 전(前) 삼성화재 디지털본부장 출신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DT추진단을 디지털그룹으로 격상하면서 디지털금융단과 DI추진단을 신설했다. D&A(빅데이터 및 AI관련)플랫폼부, 신기술연구팀, 뱅킹앱연구팀, 기업금융플랫폼부를 신설하며 디지털에 힘을 주고 있다.

금융사들은 IT 기술 인력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마이닝·분석, 블록체인, 클라우드, 오픈소스 등 신(新) 기술 활용이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ICT 분야 수시 채용을 진행해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증, 보안 분야나 블록체인, 메타버스 개발 경력을 갖춘 인력 수요는 당분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 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공개 채용보다는 전산학, 통계학, 수학, 산업공학 학사 이상 학위를 수료했거나 금융권 플랫폼 분야 경력을 보유한 직원을 우대하는 수시 채용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채용 시장에서는 IT업종 대기업 출신 사원이 핀테크업종 전환 기회로 삼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