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대 생명보험사 중 유일한 비상장 생보사인 교보생명이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한 와중에 공모가가 얼마에 형성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구 고령화와 저금리로 인해 공모가가 낮게 형성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상장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지난 21일 교보생명은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 상장이 목표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5, 2018년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은 바 있으나 모두 불발됐다.
교보생명은 이번 IPO는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어 신사업 및 브랜드 가치 제고 등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공모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다. 교보생명 측 관계자는 "아직 예비심사 신청서만 제출한 상태"라며 "희망 공모가 범위는 아마 내년쯤에나 설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모가가 이미 상장된 생명보험사들의 수준보다 낮거나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0년에 상장한 삼성생명(032830)의 11만원 이상을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나 다른 생보사와는 비슷한 수준에 책정될 것이란 의견이다. 같은 해 상장한 한화생명(088350)(당시 대한생명)은 8200원, 2015년에 상장한 미래에셋생명(085620)은 7500원을 기록했다.
한 관계자는 "다른 생보사들이 상장했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 상황이 낫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화하면서 생명보험 관련 상품 판매가 저조하다는 설명이다. 이어 그는 "저금리 또한 발목을 붙잡을 수 있는 요소"라며 "현재 추세가 개선되지 않으면 높은 상장가를 기록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내년 상장되더라도 향후 주가는 낮아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있었다. 최근 생명보험업계가 부진을 겪으면서 교보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이미 상장된 생보사들의 주가가 상장가보다 30~50% 정도 줄은 점을 감안했을 때, 교보생명도 비슷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봤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상장된 삼성·한화생명의 주가를 보더라도 하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아마 교보생명도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대표 상품인 종신보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상장되더라도 주가가 크게 뛰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생명이 내년 상장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교보생명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심사를 통과하기란 어렵다는 의견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예비심사 질적 심사기준은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경영의 안정성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주 간의 법적 분쟁은 '경영의 안정성' 측면에서 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컨소시엄 임직원 및 안진딜로이트 소속 회계사들과 '기업 가치 평가' 관련 법적 분쟁 중이다. 안진 회계사들이 기업 가치 평가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게 산정했다는 것이 교보생명 측 주장이다.
지난 2012년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컨소시엄을 재무적 투자자(FI)로 영입하며 투자를 받았다. 당시 어피너티는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했다. 이어 2015년 9월까지 상장하지 못할 경우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걸었다.
그러나 이후 교보생명은 저금리 등으로 실적 악화를 겪으며 약속한 기간 내 상장에 실패했다. 상장이 연기되자 어피너티는 지난 2018년 주당 40만9000원의 풋옵션 행사에 나섰다. 교보생명 측은 어피너티와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이 고의로 어피너티에 유리하게 풋옵션 가격을 산정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일 검찰은 어피너티·안진딜로이트 관계자들에게 1년~1년6개월을 구형했다. 내년 2월에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문제는 양쪽 입장이 좁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퍼니티 측은 그동안 IPO가 되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이번 IPO 추진 과정에서 협조를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어피너티 측은 교보생명이 IPO를 압박 수단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번 IPO를 미뤘을 때 근거로 제시한 금리나 규제 환경이 지금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IPO와 상관없이 풋옵션 의무 이행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내년 상장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 없다"며 "지금으로서는 풋옵션을 요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상장이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만일 재판 결과에 불복해 2심 3심으로 이어질 경우 내년 안에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원은 "법적 분쟁이 걸려 있는 회사가 상장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며 "교보생명의 경우 형사소송 등 여러 재판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내년에 이 모든 분쟁이 전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