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나·국민·신한 등 주요 은행들이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보험사들도 이에 발을 맞추고 있다. 각 보험사는 신청 대상자 범위를 확대하거나 퇴직금을 더 주는 등 혜택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신한라이프·KB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은 희망퇴직 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있다. 희망퇴직 제도란 임금피크제(일정 연령에 도달한 직원에게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 적용을 받는 4050세대를 대상으로 퇴직을 원하는 직원에 한해 2~3년치 월급 등을 주고 퇴직을 시키는 것을 뜻한다. 보험업계에서는 통상 연초나 연말에 진행해왔다.

교보생명은 차장·부장급 근속연수 15년 이상인 직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상시 특별퇴직을 받고 있다. 기존 희망퇴직 신청자는 기본급 36개월치 받았으나, 올해는 이보다 더 지급할 예정이다. 교보생명 관계자에 따르면 "자세한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48개월분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확대하는 이유는 일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또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라이프도 올해 희망퇴직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통 만 55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으나, 이번엔 그 범위를 넓혔다. 대상자는 한국 나이와 근속연수 합이 60 이상인 직원 1000여명이다. 이번 희망퇴직을 신청하는 직원에게는 최대 37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별도로 창업지원금, 자녀학자금, 건강검진지원 등 특별지원금도 지급할 방침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빅테크와의 경쟁과 고령화 문제 등 보험 경영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희망퇴직을 시행한다"며 "매년 연말에 이뤄지던 희망퇴직의 대상자를 한시적으로 확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희망퇴직 확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 있다고 봤다. 업계 분위기나 관련 상황을 비춰 봤을 때 희망퇴직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꾸준했다는 설명이다. 희망퇴직을 늘리는 방침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회사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다. 보험사와 같은 금융업계에서도 단순한 업무는 디지털 기술 등으로 처리가 가능하니 인력을 감축해 인건비 등을 줄인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20~30년 전 보험업이 호황일 때는 인력을 많이 뽑았으나 최근 분위기가 안 좋아지며 채용이 그만큼 활발하진 않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직급이 높은 직원이 많을수록 나가는 비용이 많기에 이들을 연차가 낮은 직원들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손해보험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KB손해보험의 경우 올해 6월 최대 36개월분의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 등을 지급했다. 외에도 전직지원금(2400만원), 자녀학자금(최대 2명), 본인 및 배우자의 건강검진비(120만원) 등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희망퇴직자 중 원하는 경우에 한해 계약직과 같은 재고용 프로그램도 선택이 가능하다.

주목할 점은 희망퇴직자의 대상을 상대적으로 젊은 30대까지 포함했다는 것이다. KB손해보험은 이번 희망퇴직 대상을 1983년(만 38세) 이전 출생자까지로 범위를 넓혔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30대까지 범위가 넓혀진 것은 이례적이다"며 "이보다 낮아지긴 어렵겠지만 다른 보험사들도 희망퇴직 연령 범위를 확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외에 일부 보험사들이 희망퇴직을 확대하는 이유로 보험사 내 인력구조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통 회사들과 다르게 보험사 같은 경우 직원들이 고령층이 많은 '역피라미드' 혹은 '항아리' 구조로 이뤄져 있어 균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내후년 새로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나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고도 봤다. 기준 도입 등 관련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지출이 불가피한데, 이를 대비해 미리 인력을 줄여 비용 절감에 나섰다는 뜻이다.

한 관계자는 "올해 보험사들의 실적이 대체로 좋긴 하지만 내후년 있을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하려면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대비하기 위해 희망퇴직자를 받는 등 미리 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