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인사 시즌이 다가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 등 국내 4대 은행 전체 임원의 69%가 내달 임기가 끝난다.
26일 4대 시중은행이 이달 공시한 보고서를 통해 임원 현황을 살펴본 결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상근 임원 90명 중 62명이 12월 임기가 만료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장과 부행장, 부행장보, 상무, 감사 등 은행 조직을 이끌어온 주요 리더들의 약 68.8%가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둔 것이다.
◇ KB금융, 계열사 CEO 인사 작업 돌입… 신한·하나·우리도 임원 인사
은행장 중에서는 12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유일하다. KB금융지주는 12월 초 계열사대표자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구성해 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 CEO 인사 작업에 들어간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대추위 좌장으로, 사외이사들이 각 계열사 CEO 인사를 논의한다.
권광석 우리은행장 임기는 내년 3월,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내년 12월 31일에 끝난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오는 2023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업계 안팎에서는 허인 은행장의 연임 및 승진 가능성 등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국민은행 여신심사본부 상무와 경영기획그룹 전무, 부행장을 거쳐 2017년 은행장으로 처음 취임한 허 은행장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1년씩 연임에 성공해 3연임을 이뤘다.
국민은행이 올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200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해 긍정적 평가와 함께 허 은행장의 '4연임' 가능성과 'KB금융지주 부회장 승진' 가능성 등이 동시에 나온다. 통상 은행장들의 임기는 '취임 2년+1년 연임' 형태로 이뤄진다.
작년 KB그룹의 임원 인사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 행장과 박정림 KB증권 대표, 이동철 KB카드 대표 등이 연임됐다. 현재 허 행장은 KB금융지주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계열사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 및 ESG위원 등으로 KB금융지주 기타비상무이사로 2017년 11월부터 활동 중이다.
국민은행 임원진 중에서는 허인 은행장과 부행장 5명(성채현, 김운태, 우상현, 김영길, 하정)을 포함한 총 19명의 임기가 내달 31일까지다. 일각에서는 이번 임원 인사가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을 염두에 둔 밑그림이 될 것이란 해석도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66)의 임기는 오는 2023년 11월 20일에 만료된다. 물론 윤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부행장 12명(장동기, 이재학, 정지호, 이병철, 배두원, 조경선, 김임근, 안효열, 신연식, 최상열, 박현준, 배시형)과 상무 및 감사 3명 등 15명의 임기가 내달 끝난다.
부행장 인사 최종 권한은 은행장에게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임원 인사를 진행한다. 다만 작년부터 자경위가 부행장 인사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계열사 CEO의 인사 재량권을 강화하고 자율 경영 체제를 보장해 전체 성과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 하에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바꿨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기존 부행장-부행장보-상무 3단계로 운영되던 경영진 직위 체계도 부행장-상무 2단계로 개편했다.
우리은행은 임원 16명이 내달 임기가 종료된다. 조병규 부행장은 내달 6일까지, 박화재·이중호·황규목·김성종 등 부행장 4명의 임기가 내달 17일까지다. 그 외 일부 부행장보는 내달 3일, 일부는 내달 17일에 임기가 끝난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경우 2020년 첫 취임 당시 임원추천후보위원회로부터 이례적으로 '1년 임기'를 받았고, 이후 올해 초 1년 연임했다. 내년 3월 재연임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올해 2월 취임한 박성호 하나은행장의 임기는 2년으로, 2023년에 2월에 만료된다.
하나은행에서는 임원 12명의 임기가 내달 31일 끝난다. 부행장 10명(김기석·남궁원·박승오·박지환·윤순기·이승열·이종승·이호성·정민식·황효상)과 상무 2명(노유정·이주환)등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임원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이 이뤄질 예정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윤곽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미래 성장 열쇠로 꼽히는 '디지털 금융'과 'ESG', 코로나 사태로 밀려난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하는 데 방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금융지주 임원 61% 내달 임기 끝… '사법 리스크' 털어낸 수장들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NH금융지주)가 계열사와 별도로 공시하는 보고서 상에 명시된 5개 금융지주사의 상근 임원직은 총 82명이다. 이 중 약 61%에 해당하는 50명이 내달 임기가 끝난다.
그룹 전체 수장인 5대 금융지주 회장 연임 및 교체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그다음 손병환 NH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12월 31일까지이고, 조용병 신한금융지주회장 임기는 2023년 3월 25일에 끝난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2023년 3월 주주총회까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2023년 11월 20일까지다.
올해 초 4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이달 초 열린 금융감독원장·금융지주회장단 간담회에서 더 이상 연임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에 회장의 나이가 만 70세를 넘길 수 없다. 김 회장은 올해로 만 69세라 연임을 하려면 해당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도 김 회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그룹을 이끌 새 얼굴을 찾아야 한다.
2023년 3월 임기 만료인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의 경우 향후 운신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적 리스크가 최근 해소되면서 연임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2019년 8월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영향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연임 불가 판정에 해당하는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았다. 이에 손 회장은 징계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징계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최근 1심은 손 회장 측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정 다툼 속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법적 리스크도 털어낸 셈이다.
금감원의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최소 3년 이상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6년 총 3명의 지원자 합격 과정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받았으나 최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신한금융 내부규범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경영진 자격이 배제된다. 이달 22일 2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다시 3연임 길이 열린 격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인사를 앞두고 다양한 말들이 나오는데 인사에는 워낙 변수가 다양하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다"면서 "더구나 각 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출에는 대선 변수도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