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생계형 대출 상품으로 꼽히는 카드론(장기카드 대출) 금리가 한 달 만에 0.4%포인트(P) 넘게 급상승하면서 카드론을 주로 쓰는 저신용자와 취약 차주들의 ‘대출 절벽’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표준등급 기준 카드론 평균금리는 12.09~14.73%를 기록했다. 표준등급은 지난해 7월 여신금융협회가 처음 공시한 등급 기준이다.

신용평가사 신용등급으로는 실제 적용하는 금리를 비교하기 어려워 여신금융협회가 카드사들과 함께 개발한 지표다. 카드론이 나간 날로부터 1년 이내에 90일 이상 연체할 확률(부도율)을 기준으로 매긴다.

이 기준을 놓고 보면 7개 전업 카드사 평균 금리는 13.58%로 바로 직전달 13.17%보다 한 달 만에 0.41%포인트가 뛰었다. 저신용자에게 주로 적용하는 상단 금리 14.73%만 놓고 보면 3개월 전보다 1.9% 이상 높다.

그래픽=손민균

평균금리도 평균금리지만, 지난달 말 금융당국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 이후부터 일부 카드사들이 우량 금융 소비자를 상대로 제공했던 5% 이하 우대 금리 프로모션 역시 아예 자취를 감췄다.

지금은 신용점수가 900점이 넘는 표준등급 기준 1~2등급 고신용자도 10%대 고금리를 내야 한다. 올여름만 하더라도 주요 카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인 다섯 곳의 최저 금리가 평균 5% 남짓했던 점을 감안하면 사정이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카드론 금리가 이렇게 급격하게 오르기 시작하자, 금융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은행들의 예대 마진(수신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확대와 함께 카드론 금리 상승이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 정책의 부작용 가운데 하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드론 같은 카드사 대출상품은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 비싼 이자를 물고서라도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쓰는 창구다. 그러나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금융당국이 내년 1월부터 카드론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하자 카드사가 수익 관리 차원에서 저신용자를 상대로 평균 금리를 올리고 고신용자 대상 우대금리를 폐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카드론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생활자금이 필요한 취약차주들이 이탈하는 와중에도, 높은 이자를 견딜만한 고신용자들의 카드론 대출 비중은 늘어났다.

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국내 6개 전업카드사를 기준으로 올해 9월말 금리 10% 미만 카드론 회원 평균 비중은 12.59%로 집계됐다. 지난 8월 고신용자 평균 비중인 9.57%와 비교해 3.02%포인트 올랐다. 특히 삼성카드는 한 달 새 그 비중이 7.47%포인트 늘며 24.79%를 기록했다. 신한카드와 우리카드는 각각 18.13%, 6.55%던 10% 미만 카드론 이용자 비중이 23.36%, 10.92%로 뛰었다. 카드론 금리 10%는 고신용자를 나누는 기준선에 속한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카드사는 수신 기능이 없어 여신채를 발행해 카드론 대출을 운영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는 조달 비용이 바로 올라간다”며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맞춰 총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카드론 전체 취급액이 줄어들고, 이자율이 올라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