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의 본격 시행으로 '인슈어테크(InsureTech·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업계 관계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특성상 보험 상품 비교가 주력 서비스인데, 현행법에는 이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련 업체들은 '금융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에 샌드박스 참여 의사가 있다고 제안서를 넣은 인슈어테크사는 보맵, 해빗팩토리, 아이지넷 등이다. 이들은 인슈어테크사들도 보험 중개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샌드박스란 신기술이나 신산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제도다. 이번 제안서 내에는 업계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등에 자세한 사정도 담겼다.
현행 금소법에 따르면 금융 플랫폼이 보험 상품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보험대리점(GA) 자격을 획득해야 한다. 그러나 전자금융업자나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자격 획득이 불가능하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는 2년 혹은 3년의 제한된 시간 동안 영업을 허용하는 샌드박스 안을 마련했다. 금융위는 한국핀테크지원센터와 함께 금융 규제 샌드박스 수요 조사 신청을 받아 문제 파악에 나서고 있다.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해당 업체들은 거액의 개발비를 들여 보험 추천 서비스를 개시했음에도 법에 막혀 제대로 영업을 하지 못했다. 보맵의 경우, 대표 서비스의 일부 기능을 중단하기도 했다. 고객 정보를 바탕으로 보장별 적정 수준을 안내하고 이에 맞는 보험을 추천하는 '보장 피팅' 서비스에서 보험 추천 기능이 없어졌다. 해빗팩토리 역시 '보험 비교 서비스'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험 상품 비교 시스템 개발을 위해 많은 비용을 할애한 만큼, 타격이 크다"며 "특히 본인정보신용관리업(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관련 서비스를 준비해 왔기에 허탈함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자신에게 맞는 보험을 추천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젠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금소법을 개정하면 되지만, 관련 법 개정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만큼 현재로서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최선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그러나 샌드박스도 불안하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샌드박스 기간 안에 제도 보완이나 수정이 없을 경우, 관련 업체들은 다시 한번 보험 비교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샌드박스 자체가 기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기엔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며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보험 중개 라이선스를 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펀드·카드 상품 등 금소법 시행에 따라 비교 추천 서비스가 중단된 다른 업체들에는 '역차별' 논란으로 비칠 수 있어 이런 추진 상황을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샌드박스 시행 일자에 대한 구체적인 날짜는 나오지 않았다"며 "내부에서 조율한 뒤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