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2022년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재개한다. 교보생명은 지난 2018년 하반기 IPO에 나섰다가 2대 주주이자 재무적투자자(FI)인 어퍼너티컨소시엄과 분쟁이 발생하면서 모든 절차가 중단됐었다. 법적 다툼에서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면서 IPO에 다시 나선 것이다.
교보생명은 지난 16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12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상반기에 IPO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논의했다고 17일 발표했다. 교보생명은 “IPO를 통해 2023년부터 적용되는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등에 대비한 자본 조달 방법을 다양화하고 금융지주사로 전환을 도모할 방침”이라고 IPO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신창재 회장 및 교보생명은 어피너티컨소시엄과 2018년 부터 풋옵션(보유한 주식을 일정한 시기나 가격에 되팔 권리) 행사와 관련해 다툼을 벌여왔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교보생명 지분 24.01%를 매각할 때 1조2100억원을 들여 2대 주주가 됐다. 최대 주주는 지분 33.78%를 가진 신 회장이다.
2012년 지분 매입 당시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상장에 실패하면 신 회장에게 이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계약(풋옵션)을 체결했다. 하지만 상장은 계속 지연됐고 어피너티 측은 2018년 10월 결국 풋옵션을 행사해 신 회장에게 자신들의 지분을 사달라고 했다. 여기서 주식 가격을 40만9000원을 요구한 것이 분쟁이 일어난 이유였다. 신 회장 측은 풋옵션 행사 시점 주가인 20만원대를 제시하면서 풋옵션 행사를 거부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9년 3월 국제상업회의소(ICC) 국제중재를 신청했고 최근까지 법적 분쟁을 이어왔다. 그리고 지난 9월 ICC 중재재판부는 신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 간 풋옵션 계약이 유효하고 신회장이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시하면서도, 딜로이트 안진이 제시한 평가액으로 신 회장이 풋옵션을 이행하게(주식 매수) 해달라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의 요구를 기각했다. 사실상 신 회장이 승리한 것이다.
현재 양 측은 서울중앙지법에서 형사재판을 치르고 있다. 교보생명은 신 회장 측 승소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은 그동안 IPO가 되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해왔는데 이제 교보생명의 IPO 추진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이 IPO에 성공하면 국내에서 여섯 번째로 상장된 생보사가 된다. 동양생명(2009년), 한화생명 및 삼성생명(2010년), 미래에셋생명(2015년), 오렌지라이프(2017년) 등이 상장됐다. 17일 현재 업계 2위로 교보생명(128조원)과 자산이 약간 많은 한화생명(129조원)의 시가총액은 2조8600억원이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교보생명이 6600억원으로, 한화생명(3500억원)보다 많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은 13조1800억원이다. 2018년 상장 추진 당시 교보생명의 시가총액 예상치는 7조원 안팎이었다.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책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