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금융 당국의 카드 수수료 재산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17일 신용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을 갖기로 한 가운데 ‘카드사가 본업인 수수료에서 매년 적자를 보는 기형적인 구조에 대해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카드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각 카드사는 금융위원장과 회동 자리에서 신사업 진출을 위한 부수업무 확대 등을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주 수익원인 가맹점수수료가 지속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업카드사들은 본업에 해당하는 신용결제 부문에서 지난 2년간 약 13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금보다 수수료가 0.1% 떨어질 경우 카드사 합산 영업이익 손실액이 5200억원, 0.15% 인하 시 9200억원, 0.2% 인하 시 1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카드 수수료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2012년부터 3년 주기로 카드사 신용판매의 원가 개념인 ‘적격비용’에 카드사 마진을 더해 당정이 수수료율을 정한다. 정부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중소·영세 가맹점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 등을 통해 지난 12년간 13차례에 걸쳐 수수료를 손질했다. 이 과정에서 2007년 4.5%였던 일반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은 현재 매출이 3억원 이하일 경우 0.8%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래픽=이은현

2009년부터 연 매출이 3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은 부가가치세법에 따른 세액공제 제도에 따라 여기서 추가로 카드 이용 금액 1.3%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받는다. 실질 수수료율이 -0.5%까지 떨어지는 셈이다. 세금 공제를 감안하면 3억~5억원 구간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은 0%, 매출 5억~10억원인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은 0.1~0.4%로 낮아진다. 이미 실질 수수료율이 0%이기 때문에 이를 더 낮춘다 하더라도 매출이 5억원 미만인 자영업자는 지금보다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

카드업계는 이 점을 들어 이미 전체 가맹점 가운데 약 90%에 해당하는 영세·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가 실질적으로 0%인 상황에서 추가 인하를 추구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 수는 전체 가맹점 수의 96.1%인 283만3000개다. 2019년부터 우대 수수료율을 받는 가맹점의 범위를 기존 연 매출 5억원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한 결과다. 이 가운데 실질 수수료율이 0%인 연 매출 5억원 미만 가맹점 비율은 지난해 기준 89.6%(잠정)에 달한다.

그래픽=이은현

카드업계는 지금보다 수수료를 낮춰도 영세업체에 돌아가는 실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지금보다 수수료를 낮추면 이들 대신 지난해 기준 상위 10.3%에 불과한 연 매출 5억원 이상 업체만 수수료 인하의 실익이 돌아간다.

한국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카드사가 결제 수수료 사업 같은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를 볼수록, 마케팅과 제휴비를 포함한 소모 비용을 줄여 소비자 혜택을 줄여왔다”며 “추가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 손실분이 일반 카드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