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 중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대형 저축은행들이 금리 인상에 맞춰 시중은행에 몰리는 유동자금을 흡수하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빠르게 올리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평소보다 보름 정도 빨리 '특별판매(특판)' 상품을 내세워 수신 경쟁에 나섰다.
15일 저축은행중앙회 통계에 따르면 79개 전국 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 수신금리는 2.27%(12개월)로 집계됐다. 올 들어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올랐던 5월 초 저축은행 평균 정기예금 금리가 1.6%였던 것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0.6%포인트(P)가 넘게 올랐다.
저축은행들은 시중은행들과 금리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 9일 비대면 정기예금 '뱅뱅뱅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연 2.61%까지 올렸다. 예치 기간에 따라 3개월 이상 연 2.31%, 6개월 이상 연 2.41%, 12개월 이상 연 2.61% 약정 이율을 적용한다.
OK저축은행 역시 '정기예금' 금리를 연 2.3%에서 연 2.45%로 올렸다. 변동금리 상품인 '안심정기예금'의 금리도 같은 날 연 2.4%에서 연 2.55%로 인상했다.
보통 연말에는 만기가 찾아오는 예·적금 상품이 많다. 최근에는 주식·부동산·가상화폐 같은 자산 시장도 조정기를 거치고 있어 대기성 자금을 끌어올 유인도 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금리가 낮을 때 수신 잔고를 채워 놓아야 예대율(전체 예수금 대비 전체 대출금 비율)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평소 자금 흐름이 몰리는 12월에 맞춰 나왔던 연말 특판 상품들도 예년보다 일찍 모습을 드러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9일부터 연 2.2% 금리를 제공하는 '중도해지OK정기예금369′ 특판 상품을 선보였다. 3000억원 한도를 소진하면 판매가 자동으로 판매가 끝나는 상품으로, 3개월 단위 변동 금리를 적용한다. 가입금액은 10만원 이상 30억원까지다. 금리가 딱히 높지는 않지만, 가입 하루 만에 해지해도 약정한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요구불예금 상품이라, 목돈을 원할 때 넣었다가 뺄 수 있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인 하나저축은행은 지난 8일 최대 연 8.5% 정기적금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을 내놨다. 이례적으로 8%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으로, 수신 잔고 확보 차원이라기보다 은행 차원에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신용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특판에 가깝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가 연 2.3%지만, 조건에 따라 우대금리가 연 6.2%포인트까지 붙어 최대 연 8.5%까지 금리를 준다. 우대 조건을 살펴보면 신용평점 조회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869~665점 사이면 금리 3%포인트를 얹어주고, 그 외는 1.5%포인트를 더 준다. 조회 없이 마케팅을 동의하면 3.1%포인트만 우대 금리가 붙는다. 가입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하나원큐저축은행으로만 가능하고, 8000명만 선착순으로 받는다. 월 가입 한도는 최대 10만원이다. 가입 최대한도인 10만원을 계약기간 12개월간 납입하면 총 5만5250원을 이자로 챙길 수 있다.
중소 규모에 속하는 모아저축은행도 지난 10일 연 3% 금리를 제공하는 '모아 삼프로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모아디지털뱅크 앱 출시를 기념해 판매하는 이 상품은 6개월 만기 상품으로 1인당 100~1000만원 사이에서 가입 금액을 정할 수 있다. 상품 한도는 500억원까지다.
업계 전문가들은 다른 저축은행들도 곧 비슷한 관련 예·적금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기존 금융 상품을 재배치하려는 금융 소비자가 있다면 지금이 적기라는 의미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처럼 올해 기업공개(IPO)를 하기로 했던 큰 기업들이 지난달 상장을 마치면서 여기서 나온 청약 환불금을 유치할 필요성이 커졌고, 이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수신 금리를 올리기도 했다"며 "지난해 연말에는 금리가 크게 변하지 않아 특판 상품 경쟁이 딱히 치열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금리가 오르는 추세에 있어서, 조건을 따져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만기 자금을 유동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