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법 시행 이후 P2P(Peer to Peer·개인 간 대출 거래) 업계 내에서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이 이들 운명을 가르고 있다. 부실 위험이 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품에 투자했다가 사실상 폐업에 이른 P2P업체들이 나오는 반면, 대출 규제 강화 기조 속 아파트 등 집값 상승세 덕에 성장세를 이어간 곳도 있다.
10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31개 등록 P2P업체의 10일 기준 누적 대출잔액은 9746억2220만여원으로 집계됐다. 누적대출액은 1조9389만여원으로, 누적 상환금액은 9642억7924만여원이다.
P2P대출은 개인과 개인이 은행, 증권사 등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투자·대출을 받는 금융서비스다. P2P 업체들은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대출이 필요한 개인이나 사업자 등 다수에게 원금을 쪼개서 빌려주고, 이 돈이 상환되면 다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업체는 31곳이다. 작년 7월 전국에서 영업한 P2P업체가 240여곳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P2P업계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이는 작년 8월부터 시행한 이른바 '온투법(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의 영향이다.
P2P 사업을 하려면 정식 등록을 받아야 한다. ▲자기자본 5억원 이상 ▲인력·물적설비 구비 ▲내부통제 장치 및 사업계획 구축 ▲임원에 대한 제재사실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 ▲신청인의 건전한 재무상태 등 요건을 충족해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 아파트값 상승 덕 본 투게더펀딩 vs PF 연체율 83% 테라펀딩
현재 제도권 내 진입한 31개 P2P 업체 중 대출 잔액 1위 업체는 투게더펀딩으로 이 업체의 대출 잔액(10일 집계 기준)은 2926억5473만원이다. 2위는 피플펀드(1637억6604만원), 3위 어니스트펀드(929억5249만원) 등으로 투게더펀딩의 대출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이어 오아시스펀딩, 미라클핀테크, 비에프펀드, 8퍼센트, NICEabc, 다온핀테크, 렌딧 등이 뒤를 쫓고 있다.
투게더펀딩의 성장에는 아파트 중심 포트폴리오가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투게더펀딩의 사업은 대출 희망자의 아파트를 담보로 투자자를 모으는 형태다. 담보로 맡겨진 아파트를 채권화하고 온라인을 통해 투자자들을 모으는 방식이다. 신용도가 낮아 고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출자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금리보다 싸게, 투자자들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금리를 이자로 받을 수 있는 구조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투게더펀딩은 "부동산담보대출이 신용대출보다는 불확실성이 적은데, 우리는 PF대출 없이 대부분 아파트 담보 대출을 다루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시세가 오를수록 담보 대출 액수도 커지는 구조이다 보니 작년부터 지속된 주택 가격 상승 수혜도 봤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아파트와 빌라 등 부동산 가격이 꺾일 기미가 안 보이자 시중 은행 대출 문턱을 넘기 힘든 수요들이 P2P 문을 두드렸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P2P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이 아니다 보니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추가 대출이 필요한 이들도 P2P를 이용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주택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몸집을 키운 업체와 달리, 온투법 시행 전까지 만해도 부동산 P2P업계 1위로 주목받았던 테라펀딩은 제도권 내 진입하지 못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온투업자로 등록하지 못한 가운데, 이 회사가 주력해온 PF 투자 상품 연체율은 83%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테라펀딩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누적 투자액은 1조1957억원,대출 잔액 기준 연체율은 70.78%이다. 특히 PF 상품 10건에서 잇따라 연체가 발생하면서 PF연체율이 83.54%에 달한다. 담보 대출 연체율은 12.72%로 상대적으로 낮다.
누적 대출액이 1조원을 넘어 업계에서 속도를 내던 이 회사의 경우 부동산개발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는 PF상품을 주로 취급했다. 건축물 완공 시 예상되는 현금흐름을 담보로 토지매입비, 건축비 등 사업비를 대출하는 건축자금(PF)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작년 8월 투자자 500여명이 2건의 사기혐의로 테라펀딩을 고소했다. 신청인이나 대주주, 임원에 대한 형사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등록 심사가 중단되다 보니 정식 P2P업체로 등록받지 못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부실 위험이 큰 PF상품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이 회사에 위기를 불렀다고 봤다. PF상품의 경우 자금 액수가 크다 보니 다른 상품에 비해 부실 위험이 더 클 수밖에 없다. P2P 거래 특성 상 돈을 빌려 간 사람이 제때 갚지 않으면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가 안는다. 투게더펀딩을 비롯해 현재 제도권으로 진입한 투게더펀딩, 오아시스펀딩, 비에프펀드, 다온핀테크, 렌딧 등의 PF 연체율은 0%다. 아예 PF 상품을 취급하지 않은 결과다.
◇ 몸집 키우려는 P2P업계… 모호한 기준은 여전히 숙제
현재 등록 P2P업체들은 향후 여신금융기관의 투자를 통해 중금리·신용 대출 시장에서 몸집을 키워가겠다는 계획이지만, 법 제도의 꼬인 실타래부터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과 P2P 금융 상품에 연계 투자하는 데 있어서 관련 법이 충돌해 법령 해석에 따라 위법과 적법 사이에 놓여 있어서다.
물론 최근 금융위원회는 "여신금융기관 등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상 연계 투자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저축은행 등의 P2P 투자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내놓기는 했다. 금융위는 '온투업법상 관련 규정 및 인가 또는 허가 등을 받은 법령을 준수토록 명시하고 있으므로 이를 종합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조건도 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규제당국의 메시지가 모호하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저축은행이 P2P 금융 상품에 연계 투자하는 것을 '대출'로 간주할 경우, 적용하게 되는 업권법과 온투법이 충돌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저축은행이 P2P를 통해 연계 투자를 대출로 볼 경우, 업권법 상 금융사로서는 차주의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온투법에서는 정보 공유가 불가능하다. 온투법에서는 차주에 대한 정보, 신용 위험 분석 및 평가, 연계 대출의 심사 등의 업무를 위탁하지 못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의 P2P 연계 투자를 대출로 보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적용받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 저축은행으로선 위법 논란을 남겨두고 선제적으로 P2P 상품에 투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에큐온저축은행은 P2P 등록 업체인 피플펀드와 제휴를 맺고 P2P 중금리 대출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투자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령 해석이 모호한 상황이라 사실상 사업 속도를 거의 못 내고 있어 당국이 분명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면서 "내년 제도 환경이 정리되면서 기관 투자 물꼬가 트인다면, 중금리 대출 시장 파이를 누가 빠르게 선점해 가느냐가 P2P업계의 주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