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입주를 앞둔 세종시 하늘채 센트레빌 아파트 입주자들은 집단대출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은행은 5년 변동 금리로 4.1~4.2%(35년 만기·1년 거치·우대금리 없음)를 제시한 반면, 새마을금고는 3.7%(30년 분할상환·1년 거치) 금리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1금융권인 우리은행보다 2금융권인 새마을금고 금리가 0.5%포인트나 낮았다.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자고 나면 오를 만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저렴해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이후 금융당국의 대출 관련 규제가 거세지면서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한껏 위축된 상태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당분간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상호금융권 일반대출 금리는 평균 3.40%를 기록했다. 새마을금고는 대출 금리는 평균 3.86%다. 새마을금고만 떼어 놓고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은평뉴타운 새마을금고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연 3.52%다. 서울 풍납동 새마을금고는 연 3.34%, 마천 새마을금고도 연 3.3%를 기록했다. 대체로 3% 초반에서 중반을 넘어가지 않는다.

단위농협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연 2%대 후반~3%대 초반이다. 서울 강동 농협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연 2.7~3.2% 범위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내주기도 했다. 신협 역시 최저 연 2.7%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새마을금고 앞에 내걸린 대출 안내 현수막

반면 1금융권에 속하는 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45~4.65%(8일 기준, 이달 15일까지 적용)다.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3.96~5.16%다. 3% 중반에서 5% 초반을 웃돈다. 지난 10월말 3.88~5.08%로 5%선을 돌파하고 나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말(2.69~4.20%)과 비교하면 하단은 1.12%포인트, 상단은 0.96%포인트 뛰었다.

새마을금고 같은 상호금융은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 점수가 낮은 차입자가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저신용자들이 오히려 더 낮은 대출 금리로 자금을 융통하게 된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대출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난 가장 주된 이유는 1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5~6%)를 맞추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고 감산금리를 줄였다.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와 신용대출 금리에 반영하는 은행채 금리(5년물)도 지난 6개월 사이 0.6%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가산금리를 계속 높게 적용하면 상호금융권에 주담대를 포함한 대출 수요가 당분간 몰릴 가능성이 크다. 아직 상호금융권은 가계대출 증가율은 시중은행보다 훨씬 낮은 2~3%에 머물러 있다. 대출 여력이 충분한 편이다.

신협의 가계대출은 지난 8월 말 35조5612억원으로 작년 연말(35조원)에 비해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새마을금고 역시 같은 기간 61조3943억원에서 62조3428억원으로 1.5% 늘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별도로 잔금대출에서만큼은 실수요자들이 자금을 빌리는 데 차질을 빚지 않게 유연한 자세를 취하는 것도 상호금융권 주담대 금리 경쟁력을 키워주고 있다. 이미 시중은행 자금 줄을 조인 마당에 아직 총량에 여유가 있는 상호금융까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금융당국의 용인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상호금융업계 관계자는 "여러 곳에서 잔금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 관련 문의가 많아 대출 현황을 집계해봐야 역전 현상이 일시적일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상호금융권은 전반적으로 대출 총량 면에서는 아직 관리가 시중은행보다 수월한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