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4일 화재로 점포 50개 가까이가 전소된 영덕 전통시장 모습./연합뉴스
지난 9월 경북 영덕시장이 추석을 앞두고 전기누전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점포 79곳 대부분이 전소했고, 약 68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은 한 상가 집기의 냉각기 근처에서 시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시설 노후화와 부주의로 전통시장 화재는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6년간 총 283건이 발생했고, 재산 피해액은 1300억원에 이른다.

매년 전통시장 화재가 반복되고 있지만, 시장 상인들의 화재보험 가입률이 여전히 바닥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구조 특성상 작은 화재가 큰 화재로 발전하기 쉬운 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화재보험 지원 정책 등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서울 내 전통시장 4만2061개 점포 중 1만5480개(37%) 점포가 화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민간 화재보험 상품에 가입한 점포가 9882개, 정부가 지원하는 화재공제보험에 가입한 점포가 5598개다. 전국 평균 가입률도 서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화재 발생 위험이 큰 시장 상인들에게 피해 예방을 위한 화재보험 가입은 필수적이다.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사업장 화재보험, 자영업자 종합보험 등을 통해 대비할 수 있지만, 화재 위험이 커질수록 비용은 비싸진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시장 상인들은 화재보험 미가입 이유로 49.3%가 '보험료 부담'을 들었다. 구체적인 보장 한도에 따라 다르지만 화재로 인한 타인의 재산 피해까지 보장하는 화재보험을 시장 상인이 가입할 경우 월 납입으로 환산 시 3~5만원 수준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연합뉴스

보험사들도 전통시장의 화재보험 가입을 꺼려 영업에 소극적이고, 가입을 거부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전통시장 대다수가 시설이 낙후돼 화재가 나기 쉬고, 피해 범위가 커 관련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5년 대구 서문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보험사들은 과거 10년치 보험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시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대구 서문시장, 2017년 인천 소래포구시장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도 마찬가지다.

이에 정부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일반 민간보험보다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는 '전통시장 전용 화재공제 보험'을 출시했다. 그러나 정작 민간 보험 상품보다 인기가 없다. 화재공제 사업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전국 누적 가입률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17.7%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민간 보험사와 인지도가 차이가 있어 아무래도 가입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 상인분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보장금액이 최대 6000만원인 화재공제에 가입한 전통시장 상인의 연간 보험료는 약 20만원이다. 보험료는 저렴하지만, 보상액이 최소 억대 수준인 민간 화재보험과 비교해 낮다. 화재공제사업 예산마저 2017년 11억5000만원에서 올해 9억9000만원으로 14% 감소했다.

각 지자체에서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처음으로 올 1~10월 화재공제보험 신규 가입 점포 5100여 곳을 대상으로 연간 납부 보험료의 60%를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경기도도 올해 전통시장 화재·풍수해 보험료를 최대 90%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일회성 재정적 지원만으로 화재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것보다 시장 현대화, 화재 안전망 구축 작업을 서둘러 환경을 개선, 보험사들이 시장 상인들을 위한 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