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9억원 혹은 15억원이 넘는 '고가 전세' 세입자는 시중은행에서 전세대출 받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태스크포스(TF)'에서 SGI서울보증이 고가 전세를 대상으로 보증을 제한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TF 논의 사항을 바탕으로, 보증 한도나 시행 시기 등을 내부적으로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한선은 현재 대출 규제 기준으로 삼고 있는 9억원 혹은 15억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은행들이 취급하는 전세대출은 ▲서울보증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3곳의 보증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이들 보증기관이 대출액의 최대 90%까지 보증해주는 구조라 은행이 '높은 한도'와 '낮은 금리'로 전세대출을 내주는 것이 가능하다. 보증 조건을 이전보다 제한하게 되면 전세대출 한도가 줄거나, 아예 대출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공공기관인 주금공·HUG와 달리, 민간기관인 서울보증은 지금껏 보증을 내주는 전세대출에 대해 별도 상한을 두고 있지 않았다. 9억원을 훌쩍 넘는 전세 가격이라도, 무주택자이기만 하면 서울보증의 보증을 통해 최대 5억원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주택자의 경우라도 기존 보유 주택의 시세가 9억원 이하라면 전세대출이 가능하다.
주금공과 HUG의 보증 전셋값 상한 기준이 5억원(수도권 기준)으로 제한돼 있는 것에 비해 느슨한 셈이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상품을 만들 때 감내할 여력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별도 제한을 두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의는 최근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계부채 관리 대책의 연장 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6일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려준다'는 취지에 중점을 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확대안을 내놨다.
당초 전세대출 역시 DSR 산정 항목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실수요자'들의 반발을 의식해 최종안에서 제외했다. 그럼에도 주거 취약 계층의 수요로 보기 어려운 값비싼 전세대출까지는 용인해줄 수 없다는 정부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고가 전세가 대부분 포진해 있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해 용산·여의도·목동·판교 등 지역이 영향권에 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정보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용 84㎡(국민평형) 기준 전세보증금이 15억원을 넘는 단지는 53곳으로, 이 중 절반 이상(26곳)이 강남구에 있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장기적으로는 전셋값 상승세가 꺾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고가 전세를 중심으로 전세대출이 막히게 되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올릴 여력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을 낀 '갭투자' 방식도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각에선 전세가 반전세·월세로 전환되는 등 세입자의 주거비용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