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들이 대출을 만기보다 일찍 갚을 때 부과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감면해주는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고 있다. 은행들은 고객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가계 대출 증가율이 연간 목표치를 넘어서거나 턱밑까지 차면서 대출 곳간이 바닥을 보이는 탓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지난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가계대출금 중도 상환 수수료를 전액 면제하는 데 이어 IBK기업은행도 11월 9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50% 인하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 대출은 각 은행에서 받은 모든 가계대출이다.
다만 외부기관과의 별도 협약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는 일부 적격대출 및 양도상품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표적으로 내집마련디딤돌대출, 버팀목전세자금대출,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등은 중도상환수수료 감면 대상이 아니다.
이들 은행이 내세운 취지는 대출 상환 고객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는 한편 상환 여력이 있는 고객의 자발적인 상환을 유도해 서민 금융을 지원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것이다. 실제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정금리로 3년 만기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은 고객이 1년 경과 시점에 대출금 1억원을 상환할 경우 93만원가량의 비용 절감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들이 연말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감면에 나선 데는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관리 압박 영향이 크다. 실제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한 농협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율이 7%대에 진입해 5대 은행 중 가장 높다. 이에 앞서 지난 8월부터는 부동산 관련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 금융 당국이 제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5~6%대를 넘어서면서 '빚 관리'를 하는 것이다.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0월말 기준 7.07%로 전월보다는 소폭 줄었다.
다만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감면이 타 은행으로 확산할지는 미지수다. 상대적으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서 여유가 있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하반기 들어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했다. 은행별 대출 잔액에 따라 중도상환수수료 정책에 온도 차가 있는 것이다. 10월말 기준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4.4%, 우리은행은 4.63%, 하나은행은 5.41%, 국민은행은 5.5%로 집계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월 말 집계 기준 706조3258억원으로 9월 말보다 3조4380억원 늘었다. 작년 12월 말(670조1539억원)과 비교해 약 5.4% 증가한 규모다.
그동안 국회나 시민단체는 중도상환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온 바 있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조기상환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지난 한 해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수입은 2759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