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금융위원회는 서울 세종대로의 한 빌딩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 분원 현판식을 열었습니다. 이날 현판식에는 고승범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김동성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홍우선 코스콤 사장, 박연서 예금보험공사 이사, 김정각 FIU 원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22일 서울 세종대로 한 건물에서 열린 금융정보분석원 분원 현판식에 박연서 예금보험공사 이사(오른쪽부터), 김동성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고승범 금융위원장, 김정각 금융정보분석원장, 홍우선 코스콤 사장이 참석했다. /금융위원회

그런데 이 분원은 꽤 소규모입니다. 신설된 가상자산검사과에 더해 제도운영과가 입주하였습니다. 정원이 15명이니, 사실 소규모 사무실 정도이지요. 고 위원장은 사무실을 둘러본 뒤 직원들에게 '기초가 제대로 서면 자연히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이게 된다'는 의미의 "본립도생(本立道生)"을 논어에서 인용하면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이 있겠지만, 차츰 길이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위가 FIU 분원 현판식을 갖고 보도자료까지 낸 것에 대해 금융계 안팎에서는 "금융위가 실질적으로 FIU 업무에 영향력을 갖게 되었음을 선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금융위 산하 기관이라는 간판만 달았을 뿐, 조직 운영 과정에서 '검찰 산하 기관'이나 다름없었던 FIU의 위상이 가상자산을 계기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얘기입니다.

FIU는 지난 2001년 옛 재정경제부 소속 기관으로 출범했습니다. 범죄자금의 자금세탁을 예방하고 외환거래 자유화에 따른 외화의 불법 유출입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죠. 2008년 금융위가 설치되면서 금융위 산하로 넘어오게 됐습니다.

금융위 산하 조직이되 검찰, 법무부, 국세청, 경찰청 등 법 집행 기관에서 절반이 넘는 직원이 파견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됐습니다. 금융정보가 모이는 막강한 기관이다 보니 여러 기관이 합동 근무하는 조직처럼 구성된 셈입니다.

그런데 실제 운영 과정을 따져보면 검찰이 주도권을 틀어쥐었습니다. 핵심 보직인 심사분석실장을 검찰 부장검사가 맡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파견을 온 검사들이 정보를 취합, 분석하고 경찰이나 검찰에 정보를 이관할지 판단합니다.

'금융위원회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은 심사분석실장은 검사가 맡고, 3명을 추가로 검찰로부터 파견받도록 규정했습니다. 특이하게도 심사분석실 산하에 심사 1~3과 중 3과장을 총경 계급의 경찰이 맡도록 했죠. 현재 심사분석실장인 임승철 부부장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 대검찰청 감찰 1과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전임자인 서정식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검사도 금융범죄 조사 전문가로 알려졌습니다.

22일 금융정보분석원 분원 현판식을 마친 뒤 고승범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이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한 전직 금융위 관료는 "몇 년 전 법무부와 검찰이 FIU를 자기네 산하로 두려고 했던 적이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금융 거래 정보 관리가 금융위 산하여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논의 단계에서 그쳤던 사건이지만, 그만큼 검찰 영향력이 강하다는 의미"라고 이 관료는 말했습니다.

지난 2013년에는 국세청에 탈세 혐의자에 대한 FIU 정보 열람권을 어디까지 주어야 할 지 놓고 국회에서 강한 논쟁이 붙기도 했습니다. 금융위 입장에서 섣부르게 검찰과 경찰, 국세청 직원들이 모여 있는 조직에 주도권을 갖겠다고 말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조사 및 감독 경험이 있는 직원들도 없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FIU가 가상자산 관련 감독 권한을 갖게 됐고, 그 실무 부서로 가상자산감독과가 설치됐습니다. 금융위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고유 업무 영역과 권한을 주장할 수 있는 기능이 생긴 셈이죠. 가상자산이 국제적인 자금세탁과 연관이 깊은 상황에서 FIU 내 추가적인 역할 확장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22일 현판식에 대해 금융계가 눈여겨보는 것은 이 같은 배경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