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소매 금융의 공백 일부를 채우기 위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옛 P2P·개인 간 대출)와 손을 잡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P2P사들은 지난해 연달아 사건·사고가 터지면서 금융권에서 골칫덩이 취급을 받아왔는데, 최근에는 이들에 대한 은행권의 시각이 조금씩 우호적으로 변하는 분위기다.
25일 은행권과 온투업계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최근 P2P업체 8퍼센트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이 한국에서 소매 금융 부문 철수를 결정하면서, 이에 대한 공백을 매각 방식 외에도 어떻게 채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며 "최근 제도권에 정식 편입돼 대출 영업이 가능해진 P2P사와 협력할 방안과 관련해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은행 역시 P2P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은행 중 한 곳이다. 전북은행은 금융당국에 온투업자로 정식 등록한 사업자 중 ▲피플펀드 ▲윙크스톤파트너스 ▲미라클펀딩 ▲리딩플러스 ▲데일리펀딩 등 다수의 P2P사들과 예치금 보관은행 계약을 맺고 있다.
P2P사는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대출이 필요한 개인이나 사업자 등 다수에게 원금을 쪼개서 빌려주고, 이 돈이 상환되면 다시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가상계좌를 터줄 은행과의 계약이 필수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타 은행과의 예치금 보관은행 계약이 종료된 P2P사들 가운데서도 전북은행과 새 계약을 맺어 예치기관을 옮긴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미국 등 P2P 시장이 활성화한 외국에서는 실제로 시중은행과 P2P사가 협력하는 사례가 많다. 시중은행에서 자본건전성 문제로 다룰 수 없는 고객을 P2P사에 연결한 뒤 수수료를 받고, P2P사는 은행이 소개한 양질의 고객을 확보해 서로 윈윈(win-win) 하는 방식이다. P2P업체 렌딧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이렇게 시중은행과 제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사건·사고의 온상지로 취급받던 P2P사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의 경우 블루문펀드·팝펀딩·넥펀 등 유명 P2P사에서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고 부실 대출금을 '돌려막기' 하는 등의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왔고, 주요 책임자들은 구속되거나 처벌받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심사를 통해 정식 금융사로 인정할 P2P사를 솎아내기 시작하면서, 업계에 씌워졌던 부정적인 이미지는 서서히 개선되는 모양새다. 온투업자로 등록된 P2P사들은 온투법의 적용을 받게 돼,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가 한층 두터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당국에 등록된 온투업자는 1호 피플펀드·렌딧·8퍼센트 등을 포함해 총 33개사다. 정식 금융기관으로서 안전성이 보장되면서, 기존에 협업을 이어 왔던 2금융권 외에도 1금융권까지 P2P업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점은 P2P업권의 큰 고민거리다. 온투업 중앙기록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총 29곳이 1조7960억원가량의 대출(누적)을 시행했다.
P2P업계 관계자는 "P2P업권의 제도화라는 호재에 이어 기존 금융권이 가계부채 규제로 야단법석이라 어느 정도 풍선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출 잔액이 눈에 띄게 늘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올 연말까지는 계속 이런 분위기가 지속한다고 보고, 좀 더 중장기적인 미래를 보고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P2P업체는 고객사 중 일부일 뿐, 소매금융 대안으로서의 협력은 전혀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의 논의여서 전사적 차원의 전략으로 언급하기에 무리가 있고, 이날 발표된 소매금융 청산 이슈와 맞물려 내·외부의 반발을 의식한 데 따른 입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