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금리 인상과 맞물려 일제히 예·적금 금리를 올렸던 저축은행들이 대출 규제가 빡빡해지자 이달 들어 다시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보통 저축은행은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예·적금을 유치하는데, 당국이 최근 강도 높은 대출 총량 규제를 시행하자 수신 자금을 끌어모을 필요가 줄었다.

전문가들은 미세한 예·적금 금리 조정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요즘처럼 금리 인상 기조가 분명할 때 주요 저축은행들이 0.2%포인트(P) 이상 금리를 조절하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8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자산 규모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정기예금 금리를 내렸다. 금리를 올린 지 14일 만의 일이다. 지난달 3일 만기 1~3년 정기예금 금리를 기존 2.2%에서 2.5%로 0.3%P 올렸는데, 17일부터 2.3%로 0.2%P 하향했다.

업계 2위 OK저축은행도 지난달 28일부터 만기 1~3년 정기예금의 금리를 2.5%에서 2.3%로 0.2%P 낮추며 SBI저축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OK안심정기예금의 경우 3년 만기 상품도 기존 2.6%에서 2.4%로 0.2%P 내렸다. 지난달 18일 정기예금과 OK안심정기예금의 금리를 모두 0.3%P 인상하며 유동성 확보에 나선지 열흘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이다.

3위권에 해당하는 웰컴저축은행은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율 24.8%를 기록했다. 올해 금융당국이 저축은행들에 요구한 가계대출 증가율 21.1%를 크게 웃돌고 있어 하반기 대출 총량 규제 수치를 맞추려면 가계 대출을 줄여야 한다. 자연히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

금융 소비자들로 가득 찬 서울의 한 저축은행 점포. /연합뉴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보통 수위권 저축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올리면 다른 저축은행들도 금리를 올리고, 내리면 뒤따라 금리를 내린다. 주류 경쟁에 같이 뛰어들어야 높은 이자를 따라 움직이는 '금리 노마드족(族)'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내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주는 특별판매(특판) 상품을 줄지어 내놨던 다른 저축은행들도 곧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시한 금리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 12개월 정기 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달 1일 2.14%에서 이달 1일 2.25%로 올랐다. 그러나 이달 들어 내내 정체를 겪다 8일에는 2.25%로 0.01%P 떨어졌다.

저축은행들은 지난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자 시중에 풀리게 될 유동자금을 조금이라도 흡수하기 위해 시중은행보다 더 공격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높였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말 주요 저축은행을 불러 앉혀 가계 대출 총량 관리를 지켜달라고 당부하며 대출을 옭아매자, 예수금을 보유하지 않으려 하는 성향이 짙어졌다.

저축은행은 대출을 위한 자금조달 대부분을 예·적금에 의존하는데, 금융당국 권고에 맞춰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말 대비 21.1% 수준으로 맞추려면 적극적으로 대출 영업을 할 필요가 없다. 여신으로 내어주지 못할 자금을 금고에 쌓아두기만 하면 경영에 부담만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예대율(예금 잔액 대비 대출 잔액 비율) 완화 조치가 내년 3월까지 연장된 점도 수신 금리가 낮아진 원인으로 꼽혔다.

한 수위권 저축은행 관계자는 "추석 무렵부터 연말까지는 전통적으로 기업이든 개인이든 자금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미리 자금 준비를 해서라도 수신 자금을 확보하는 시기였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연말에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매년 했던 연말 특판도 딱히 할 필요성이 없다"며 "이례적이긴 하지만, 금융당국이 강하게 가계 대출을 규제하는 한 당분간 금리는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