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 일성(一聲)으로 가계부채 철저 관리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가상자산 시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고 위원장은 시장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규제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밝혔다.
고 위원장은 31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아데어 터너 영국 금융감독청(FSA) 의장의 '의장으로 업무를 시작하기 불과 일주일 전에도, 재앙이 코앞에 와 있음을 알지 못했다'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금융위기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현실화된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이 후보자 지명 당시부터 강조하기 시작한 가계부채 억제 정책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을 밝힌 적이다.
고 위원장은 "최근 과도하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과열된 자산시장 간의 상호 상승작용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어내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존에 발표한 대책의 효과성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급증한 가계부채가 내포한 위험요인을 제거하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취임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 위원장은 "당장 내놓기는 어렵겠지만 추가 가계부채 대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의 통화정책 정상화 행보를 거론하면서 "금융・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진행중이다"고 봤다. 따라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자산가격 상승과 거침없는 민간신용 확대를 뒷받침해 온 금융환경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억제 정책과 관련해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당면 현안의 핵심을 지적하고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숙명"이라며 강경책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추석 전 만기 추가 연장 등의 방안을 발표할 갓"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을 보다 촘촘하게 정비해야 한다"며 "금융지원이 잠재부실 확대로 연결되지 않도록 관계 기관과 소통하며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과 관련해서 "폭증한 유동성과 여타 요인들이 복합 작용된 '가상자산' 시장 문제도 피하거나 미룰 수 없다"며 규제 조치 도입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근원적 제도개선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며 "국제적 정합성과 국민재산권 보호에 중점을 두고 관련 부처 및 국회와 속도감있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장자산 법제화 등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은 금융 규제와 관련해 "시장 자율성이 극대화되고 금융 혁신이 가속화되도록 규제의 틀을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취임사에서 밝혔다. 시장 친화적인 규제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건전성 감독이라는 명분으로 사전적으로 원천 금지하여 경쟁을 저해하거나, 일상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부분은 없는지 금융감독원과 협력하여 꼼꼼히 살피고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금융감독원 징계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관련해서는 "판결을 잘 분석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전반적으로 대처 방향을 살펴보고 제도를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도 보겠다"며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전자금융법과 관련해 "전자금융과 지급결제 시장의 제도개선도 유연한 자세로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해결책을 찾아 나가겠다"고 한은과 협의 속도를 올리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중개 기능 활성화와 금융 소비자 보호도 역점 사항이라고 고 위원장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