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청년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예산 2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특별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월세 대출과 40년 초장기 모기지, 햇살론유스 등 금융 관련 청년 정책들이 실효성도 새로울 것도 없는 '생색내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은행권에선 특히 월세대출 상품을 두고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품이나 매한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2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심화한 청년 세대 내 격차 해소 등을 위한 '청년특별대책'을 내놓았다. 금융 관련 대책은 ▲청년 전·월세 대출 확대 ▲40년 초장기 정책 모기지 도입 ▲햇살론유스(youth) 확대 등이 포함됐다.
이 중 정부가 확대하겠다는 청년 월세대출은 만 19~34세 무주택 단독 세대주 청년에게 월세 보증금이나 월세금을 연 1%대 금리로 빌려주는 기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상품의 지원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월세대출 소득 기준을 연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월 20만원까지는 '무이자 대출'을 내주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20만원을 초과해도 1%대로 월세금을 빌릴 수 있다. HUG 측은 기존에 운용 중인 '청년 전용 보증부 월세대출' 상품의 경우 "실적을 외부로 공개할 수 없다"고만 했다.
그런데 비슷한 내용의 정책금융 상품인 주택금융공사(주금공) 보증의 '주거안정월세대출' 상품의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519건(38억원) ▲올해 7월까지 273건(19억원) 지원된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해당 상품을 찾는 이들이 500건을 겨우 웃도는 수준일 만큼 실적이 미미한 것이다.
몇몇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월세대출 상품도 있긴 하나 수요가 거의 없다고 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주택 시장 자체가 월세 기반이 아니라 전세 기반인데, 누가 월세를 대출받아가면서까지 살겠느냐"라며 "월세를 사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는 사람들일 것인데, 그럼에도 만에 하나 생활비가 빠듯하다면 신용대출을 찾지, 월세대출을 찾지는 않는다. 시장에서의 니즈가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실수요자가 될 청년들의 반응도 냉소적이다. 직장인 조모(29)씨는 "시중은행들은 속속 부동산 대출을 막고 나서면서 당장 전세대출이 나올지 말지가 큰 걱정거리인데, 월세대출이 무슨 소용이냐"며 "정부가 월세로 살라고 부추기는 것만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 대책인 40년 초장기 정책 모기지는 이미 금융위원회가 하반기 들어 시범 도입하고 있는 정책을 반복한 것에 불과하다. 40년 만기 모기지는 지난 4월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5월 말 '서민·실수요자 금융지원방안'의 후속 조치 중 하나로, 대상자는 만 39세 이하 청년과 신혼부부다. 집값은 6억원 이하, 소득 수준은 7000만원(신혼부부 8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기존 30년이었던 정책 모기지 만기를 10년 더 늘려 매달 갚는 원리금 부담을 낮춘 것이다.
지난달 1일부터 지난 22일까지 보금자리론 신청 건 중 40년 모기지는 4109건으로, 16.2%를 차지했다. 대상 연령대인 39세 이하 신청 건 중에는 23.4%(3841건)가 40년 모기지를 찾았다. 일각에선 예상만큼 지원 신청이 많지 않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나온다. 차주 입장에선 상환 기간이 길어지면 당장의 월 상환금은 줄어들지만 전체 이자 부담은 늘어나고, 70~80살까지 빚을 갚아야 하는 문제 등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간에서의 뜨뜻미지근한 반응도 이런 평가를 뒷받침해준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 40년 모지기 시범 도입을 시작으로, 시중은행에서도 자체 상품 취급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었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시중은행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보금자리론에서 취급 중인 40년 만기 모기지는 고정금리 상품으로, 민간 시중은행의 입장에선 긴 시간 낮은 금리를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금리 변동 리스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적정 금리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가 큰 고민"이라고 했다.
다만 아직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실적을 판단하긴 이르며 40년 모기지가 의외로 시장에 잘 안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달도 채 안된 상황에서의 실적을 바탕으로 연 환산해보면 40년 모기지가 연간 7조원씩 공급되는 셈"이라며 "현재 조달 여건이나 대출증가세 관리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시중은행이 선뜻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5명 중 1명 이상의 청년이 찾았다는 점은 오히려 시장에 잘 안착하고 있는 신호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정부는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청년에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햇살론유스의 공급액도 2330억원에서 3330억원으로 1000억원 늘렸다. 햇살론유스는 대학생·미취업청년이 취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도 1200만원 내에서 연 3~4%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햇살론유스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말 0.2%에서 올 상반기 1.9%로 증가했다.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이에 20대 사이에서는 쉽게 돈을 받아 쓸 수 있는 창구로 변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충분한 실효성 평가 없이 대선을 의식해 청년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무작정 청년을 위해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단 방안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시장 반응이나 효율성을 살펴보고 차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상품 구조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