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보험사에서 연봉보다 높은 한도의 신용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농·축협 비조합원·준조합원을 상대로 한 주택대출도 한시적으로 중단된다. 가계 대출 제한 조처가 시중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농협 등 전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이날 각각 주요 보험사 10곳의 여신 담당 임원을 소집해 가계부채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주 당국에서 전달한 대출 총량 목표 관리 등 요청사항을 회원사들과 논의하고 최대한 협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한시적 신규 취급 중단 첫날인 24일 오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영업부 개인대출 상담창구 모습. /연합뉴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으로 제한하라고 요청했다. 은행권에서 막힌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2금융권에도 대출 억제를 주문한 것이다.

보험사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0%로 시중은행의 40%보다 더 높다. DSR 규제에 은행에서 충분한 돈을 빌리지 못한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한도가 후한 보험사의 문을 두드렸다. 보험사들은 대출 서류 심사를 강화하거나 우대 고객에게 제공하던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법으로 대출 수요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별로 가계대출 총량 관리 점검도 이뤄졌다. 올해 초 금융당국은 보험업권에 지난해 말 대비 4.1% 증가율을 목표치로 지침을 전달한 바 있다. 삼성생명 등 일부 대형사들은 이런 목표치를 넘거나 임박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상위 3개사의 가계대출은 63조3519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9% 증가했다. 삼성생명의 6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39조6012억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말보다 4.4% 증가한 수치로 이미 목표치를 넘어섰다. 삼성생명의 경우 부동산담보대출이 상반기에 2조5000억원가량 급증하면서 대출 총량을 크게 끌어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을 제외한 다른 보험사들은 대체로 연초 당국이 제시한 증가율 목표치 이내에서 총량을 통제하고 있어, 당분간 대출 제한 조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삼성생명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은 삼성화재의 경우 6월 말 가계대출은 15조9011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8% 늘었다.

삼성생명 사옥 출입문. /연합뉴스

보험업권의 대출 죄기가 본격화하면서 보험사들의 대출금리도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생명보험협회 8월 대출 공시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의 주택담보대출(고정금리·원리금 분할상환·아파트 기준) 최저금리는 2.91∼3.57%로 나타났다. 3개월 만에 0.11∼0.26%포인트(P) 오른 수준이다.

보험업권뿐만 아니라, 상호금융권에서도 대출 제한 조치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전날 내부 회의를 통해 농·축협이 비·준조합원에 대한 신규 전세 자금 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오는 27일부터 중단하는 등의 가계대출 관리 계획을 마련했다. 사실상 신용대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출이 중단되는 것이다. 기한은 따로 정해지지 않았으나, 최소한 오는 11월까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먼저 시작된 은행권의 대출 중단 조처는 2금융권까지 빠르게 퍼지는 모습이다. 앞서 NH농협은행은 11월 30일까지 신규 가계 전세대출과 비대면 담보대출, 집단대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역시 전세자금대출 3분기 한도를 모두 소진하면서 오는 9월 말까지 전세대출 신규 취급을 대부분 중단하고, SC제일은행도 간판 주택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 중 일부 상품의 신규 취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

풍선효과를 우려한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에 이어 여신업권, 저축은행, 보험업권에도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 이내로 제한해 달라는 요청을 각 협회를 통해 전달한 상태이며, 지금껏 저축은행·보험업권이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