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연이은 대출 제한 신호로 은행의 대출 죄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대출을 받기 어려워질 거라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최근 마이너스통장 개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영업일에는 새로 만들어진 마이너스통장 수가 하루에만 2300건을 넘어섰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지난주(8월 17~20일) 새로 개설된 마이너스통장 건수는 7557건으로 나타났다. 일별로 살펴보면 ▲17일 1646건 ▲18일 1770건 ▲19일 1828건 등으로 점점 증가했는데, 지난 20일에는 2318건에 달했다.

하루 신규 개설 건수 2000건 이상은 지난 1~3월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는 증시 열풍에 더해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기업공개(IPO)가 증가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일시에 몰렸던 때다.

은행 관계자는 “올해 들어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개설 건수는 3월을 정점으로 매달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이번 달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조짐이 보일 정도로 가파르게 개설 건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조선DB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모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는 ‘1억원 이하 신용대출’ 혹은 ‘전 규제지역의 6억원 이하 주택 구매 시 받는 신용대출’의 한도를 연봉의 2배 수준에서 1배 수준으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런 권고에 따라 신용대출 중에서도 마이너스통장 한도 감액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짙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재 관련 전산 개발을 진행 중이며, 마무리되는 대로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연봉 수준으로 제한해달라는 금융당국의 요구를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농협은행은 이미 신용대출에 대해 최고 한도를 연소득 이내, 최대 1억원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연소득 이내 신용대출을 시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향후 급전이 필요할 것을 대비해 최대 한도를 확보하려면 가능한 한 빨리 마이너스통장을 뚫어놔야 한다’, ‘지금이 진짜 막차’ 등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의지가 강력한 데다가 시간이 갈수록 대출길이 점점 좁아질 거로 우려되는 만큼, 마이너스통장에 대한 ‘막차 심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농협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 등은 줄줄이 일부 대출 상품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기로 했다. 풍선효과가 우려되는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보험업권 등에도 금감원은 대출 최대 한도를 연봉 아래로 제한하라는 요청을 한 상황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 역시 취임하기도 전에 DSR 규제 조기 확대, 신용대출 제한 등 가계대출 추가 대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소비자들의 대출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