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르노삼성자동차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고 정리한다. 지난 1995년 삼성자동차를 출범시킨 지 26년 만에 완성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삼성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끝나는 2022년부터 명칭을 바꾼다.
삼성카드 등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자사가 보유한 르노삼성자동차 지분 19.9%를 모두 매각키로 했다. 매각주관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했다. 지난주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에 매각 개요를 담은 투자설명서(티저레터)를 배포했다. 자동차 업계는 PEF에 매각 의향을 밝힌 만큼 프랑스 르노도 지분 인수 협상에 참여할 것으로 본다.
삼성은 지난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해 완성차 사업에 진출했다. 1998년 중형 세단 SM5를 내놓아 인기를 끌었지만, 바로 닥친 IMF 외환위기에 1999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SM5 기술 제휴선인 일본 닛산과 연이 있던 프랑스 르노가 2000년 인수했다. 인수는 신규 회사를 세워 르노와 삼성, 채권단이 출자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삼성카드가 지분 19.9%를 보유하게 됐다.
삼성은 2020년 8월 르노와 브랜드 사용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끝냈다.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경우 2년 간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2022년 하반기부터는 삼성을 뗀 ‘르노’ 명칭만 남게 되는 셈이다. 삼성그룹은 브랜드 사용을 허용하는 대신 삼성 브랜드 이용권을 보유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이 르노삼성 국내 매출의 0.8%를 받아왔다.
하지만 삼성자동차 시절 만들어진 태풍 모양 엠블럼은 르노삼성자동차가 소유권이 있어, 계속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는 태풍 모양 엠블럼을, 해외 르노 공장에서 들여오는 차는 르노의 마름모 모양 로장주 엠블럼을 쓰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해 796억원의 적자를 냈다. 영업손실은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올해 초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닛산과 위탁생산 계약이 끝나고 부산 공장 생산 차량 수출이 부진한 것이 원인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그동안 닛산 로그를 위탁생산 하는 등 수출 물량으로 채산성을 맞춰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