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 이후 1년 넘게 결제 이력이 없는 휴면 신용카드가 1년 만에 약 138만장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휴면 기간 카드 유지비가 매몰 비용으로 잡히는 카드사들은 휴면 상태에 접어든 무실적 소비자들을 다시 잡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카드업계에서는 카드 결제액은 늘어나는 와중에 휴면카드가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을 놓고 자동 해지 규정 폐지와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발급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7일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BC·우리카드)와 11개 겸영카드사(IBK기업은행·NH농협은행·SC제일은행 등 은행계)를 포함한 전체 휴면 신용카드 수는 올해 2분기(4~6월) 기준 1206만7000장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1068만장)와 비교하면 12.9%(138만7000장) 늘었다.

국내에서 발급 중인 카드사 신용카드.

카드사 별로 휴면카드 발급규모를 보면 롯데카드가 올해 2분기 기준 164만5000장으로 전업 카드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전체 발급카드에서 휴면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4.44%에 달했다. 롯데카드 일곱장 가운데 한장은 실제로 사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한KB국민카드(144만2000장)와 현대카드(126만8000장)는 그 뒤를 이었다. 두 카드사는 각각 총 발급카드 대비 휴면카드 비중이 9.50%, 8.05%였다.

반면 신한카드의 휴면카드 비중은 5.77%(115만4000장)로 전업 카드사 중에서 가장 낮았다. 카드업과 은행업을 병행하는 겸영 카드사 가운데는 제주은행(27.84%), 경남은행(20.56%), 전북은행(20.35%), 부산은행(19.25%) 같은 지방은행들의 휴면카드 비중이 높았다.

휴면 신용카드는 2010년 3100만장을 넘었다가, 금융당국이 카드사 간 과도한 외형 불리기 경쟁을 막기 위해 1년 동안 결제 내역이 없는 카드를 없애도록 강제하는 '자동해지 제도'를 도입하자 꾸준히 줄었다. 제도 시행 4년 만인 2014년 6월 말에는 처음으로 1000만장 아래로 내려가며 3분의 1 토막이 났다.

자동해지 제도 도입 이후 카드사는 금융 소비자가 카드를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휴면카드로 분류하고, 이를 1개월 이내에 회원에게 고지해야만 했다. 만약 해당 금융 소비자가 계약 유지 의사를 카드사에 통보하지 않으면 카드는 자동으로 이용이 정지되고, 9개월 이후에는 계약이 자동 해지됐다.

그러나 2019년 5월 금융당국은 카드를 해지하고 재가입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불편을 유발하고, 사회적 비용도 늘어난다며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 개정안'을 통해 자동해지 제도를 폐지했다. 현재 1년간 이용 실적이 없는 카드는 5년간 휴면 상태를 유지한다. 소비자는 전화·모바일·홈페이지를 이용해 5년 내 원하는 시점에 휴면카드를 살릴 수 있다. 자동해지 제도 폐지 이후 2020년 전체 휴면 신용카드 규모는 1분기 1064만8000장, 2분기 1068만장, 3분기 1107만8000장, 4분기 1145만9000장으로 꾸준히 늘어났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발행하는 모든 신용카드는 IC(집적회로) 카드라 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전처럼 딱히 잘라서 폐기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휴면카드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며 "카드사 부정사용방지시스템(FDS)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어 부정사용 위험이 크게 줄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이후 카드업계에 PLCC 열풍이 불어 닥치면서 금융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여러 카드가 새로 나온 것도 휴면카드 증가에 한 몫 했다고 평가했다. PLCC는 특정기업 브랜드를 신용카드에 넣고 해당 기업에 집중된 혜택·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용카드다. 새로 PLCC를 발급 받아 사용하는 금융 소비자가 늘면서, 이전에 쓰던 카드의 사용 빈도가 줄거나, 아예 쓰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는 의미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본인이 자주 이용하는 브랜드에 혜택이 맞춰진 카드를 찾고, 이 혜택에 맞춰 한 카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금융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코로나 확산 이후 해외여행을 위해 공항 라운지 이용 혜택이 있거나, 고가의 마일리지 카드를 쓰던 소비자들이 해당 카드를 쓰지 않게 된 것도 휴면카드 증가의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