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는 1억원 이하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의 2배 수준에서 1배 수준으로 낮추라고 은행권에 권고했다. 연봉 5000만원 이하의 사회 초년생 등이 주식 매매나 주택 구입을 이유로 연봉 2배 수준의 신용대출을 받고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한 데 따른 조치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 은행감독국은 지난 13일 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을 모아 이런 내용을 따라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이번 조치는 은행권에 한도 설정을 요청한 수준에 불과하지만, 금감원은 추후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행정지도나 추가 규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해볼 계획이다.

서울의 시중은행 은행 창구./연합뉴스

앞선 지난해 11월 금감원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의 2배 수준에서 관리할 것을 권고했다. 은행권이 의사, 변호사, 공무원 등을 상대로 연봉의 최대 2.7배 수준까지 대출 가능한 상품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신용대출 급증의 원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감원은 기존 '연봉 2배 권고안'이 DSR 규제를 받지 않는 신용대출 상품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현재 1억원 초과 신용대출 상품은 DSR 규제 40%를 적용받고 있어, 매년 갚아야 하는 원리금(원금과 이자)이 연봉의 40%를 넘지 못한다. 그러나 1억원 이하의 신용대출을 받으면 경우에 따라 연간 원리금이 연봉의 200% 수준이어도 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연봉 5000만원 이하의 사회초년생들이 연봉 2배 수준의 빚을 내고 주식, 가상자산,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예컨대 4000만원 연봉을 받는 사람이 8000만원 수준까지 빚을 내고 단기 시세차익을 위해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실제 58조원이 넘는 청약증거금이 몰린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공모주 청약이 진행된 지난달 마지막주 전 금융권의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조2000억원 폭증했다. 이달 초 청약증거금 환불이 이뤄지면서 이달 첫주 전 금융권 기타대출이 전달 말 대비 2조7000억원 감소했지만, 청약에 활용된 대출금이 모두 상환되진 않았다. 금감원은 청약에 참여했던 돈이 다른 투자에 활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금감원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추후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3~4년 전에는 신용대출 한도가 현재와 같은 연봉의 2배 수준이 아닌 1배 수준에 불과했다"면서 "미국 등 해외에 비해 한국의 신용대출 한도는 과하게 높은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