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속적으로 감소하던 저축성 예금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가 주춤하고 가상화폐 투자 급등락폭이 커지면서, 불안감을 느낀 일부 유동자금이 다시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적금 상품에 몰리는 것이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적금 규모는 661조705억으로 전월(660조7460억원) 대비 약 3000억원 상승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시중은행 정기예금은 지난 3~4월 두 달 새 15조원 가까이 급감했지만, 증시대기 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은 약 78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 급락과 증시 상승세가 멈추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은행의 예금·적금으로 돌아오는 분위기다.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이 줄고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코스피지수 상승과 가상화폐 투자 열풍으로 예적금 자금이 계속 빠졌지만, 최근 경기 회복 기대감과 금리 상승 분위기 속에 자금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초 0%대로 떨어졌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다시 1%대로 올라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18개 국내 주요은행(12개월, 단리 기준) 정기예금 상품 45개 중 35개 상품(77.2%)이 1%대 금리(우대금리 포함)를 제공한다. 1년 전과 비교해 1%대 금리 정기예금 상품은 두 배 증가했다.
정기적금 금리도 총 30개 상품(12개월, 정액적립·단리 기준) 중 11개가 2%대 금리를 제공한다. 1년 전 정기적금 상품 대부분이 1% 초반 수준이었다. 향후 정기예금·적금 증가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8월 중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일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로 내정된 고승범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도 '조기 금리 인상론'에 힘을 싣고 있다. 고 후보자는 최근 금통위 회의에서 "실물경제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 거시경제정책인 통화정책의 기본 책무이겠으나, 지금은 금융안정에 보다 유의해서 정책을 수립해야만 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