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가 인기 아이돌이나 캐릭터 같은 '젊은 감각'을 앞세워 MZ세대(1981~2000년생)와 잠재 소비자인 청소년층 사로잡기에 나섰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대신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같은 핀테크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나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팬더스트리(Fan+Industry·팬덤을 기반으로 한 산업)를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BC카드는 이달 '블랙핑크 카드'를 선보였다. BC카드가 국내 처음으로 K팝 아티스트와 제휴해 선보이는 상품이다. 이 카드는 블랙핑크가 카드 디자인 작업 과정에 참여해 완성도를 더했다.
카드 디자인은 팬들을 위해 10종류로 선보였다. 이용자는 멤버 개인별 사진과 블랙핑크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포함한 10가지 카드 디자인 가운데 1개를 선택해 신청할 수 있다. 여기에 BC카드가 분석한 소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MZ세대가 선호할만한 혜택을 담았다.
음반이나 스트리밍 서비스, 티켓 구매를 하면 할인해주는 팬덤 서비스와 편의점과 백화점 등 쇼핑 관련 서비스, 게임이나 미용 관련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생활 서비스가 그 예다. 비싼 연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용자 연령대를 감안해 연회비는 국내전용 1만원, 해외겸용(비자) 1만2000원으로 책정했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블랙핑크 카드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MZ세대를 아우를만한 다양한 카드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메타버스나 NFT(대체 불가능 토큰), 아바타 같은 테마와 카드를 접목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 박용희 연구원은 '팬덤 경제학'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국내 팬덤 시장 규모를 7조9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같은 K팝 아티스트들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이들의 팬들이 '큰손'으로 떠오르자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카드업계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신한카드는 오는 하반기에 아이돌 팬을 위한 카드 출시를 예고했다. 앞서 신한카드는 이달 5일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 자회사 위버스컴퍼니와 상업자표시 신용카드(PLCC)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신한카드와 위버스컴퍼니는 '위버스샵(Weverse Shop)'에 입점한 주요 아티스트 팬들을 위한 특화 전용카드를 개발해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위버스컴퍼니는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버스와 공식 상품을 판매하는 위버스샵을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이다. 방탄소년단를 포함해 국내외 27개팀 아티스트가 위버스에 입점해있다. 카드업계는 이런 이유를 들어 블랙핑크 카드에 이어 'BTS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PLCC 파트너십 계약을 계기로 위버스샵에 입점한 주요 아티스트의 팬들을 위한 특화 카드를 제공할 것"이라며 "카드 디자인부터 혜택,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위버스샵을 이용하는 팬덤에 걸맞는 차별화 된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인기 캐릭터 '펭수'가 등장한 이후 뜨거워진 캐릭터 카드 시장 역시 여전히 카드업계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K팝 아티스트 팬덤에 비하면 아직 규모가 작지만, 캐릭터 시장 역시 아이돌 팬 문화와 비슷하게 '덕질(좋아하는 대상에 심취하는 것)'을 이어가는 문화가 형성된 덕분이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KB국민카드의 '펭수 노리체크 카드'다. 펭수 노리체크 카드 올해 초 기준 총 46만5000여장이 발급됐다. 이 가운데 20대 이용자 비중이 37.5%에 달한다.
롯데카드는 최근 카카오프렌즈의 새로운 캐릭터인 '춘식이'를 디자인에 적용한 '카카오뱅크 롯데카드'로 맞불을 놨다. IBK기업은행은 이달 초 무직타이거·BC카드와 제휴해 'IBK 무직타이거 카드'를 선보였다.
엔터테인먼트 테크 플랫폼 스타리의 안태현 대표는 "MZ 세대는 사회적인 다양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취향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며 "이들의 콘텐츠 소비력과 창의성이 팬덤 산업을 키우는 핵심 열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