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는 연말정산 때마다 절세용 카드로, 학생들에게는 용돈 카드로 주목받았던 체크카드가 점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같은 간편결제 이용액이 크게 늘면서 소비자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크카드를 굳이 가지고 다닐 필요성이 줄어든 데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품이라 적극적으로 프로모션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업 카드사 7곳을 기준으로 누적 체크카드 발급 수는 6457만6000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6574만9000장)보다 117만여장(1.8%) 줄었다. 있던 체크카드를 없앤 금융 소비자가 새 체크카드를 만든 수요보다 많았다는 의미다.

7개 전업 카드사의 체크카드 발급량은 작년 하반기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3분기 6631만5000매에서 9개월 만에 200만장 가까이 시장에서 사라졌다. 특히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가 아닌 비(非)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체크카드 발급을 외면하는 추세다. 현대카드·롯데카드는 올해 1분기에 체크카드 발급 수를 각각 전년보다 21.7%, 21.2%씩 줄였다. 이들은 올해 체크카드 관련 신상품을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송금 업체를 쓰는 이용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의 경우 같은 계열 내 은행이나 증권사와 연계해서 체크카드를 이용한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아직 체크카드 이용자 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라며 "금융지주 차원에서 일단 체크카드 이용자를 확보하면 입출금 통장이나 사회초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급여통장처럼 원가가 낮은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하기에 좋고, 이들을 상대로 나중에 계열 카드사가 신용카드 발급이나 카드론 같은 영업을 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비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에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에 비해 수익성이 낮은 상품일 뿐이다. 이들은 은행을 계열사로 둔 카드사와 달리 따로 체크카드 상품을 홍보할만한 영업점이 없어 이용자를 끌어들이기도 어렵다. 결제를 위해 다른 금융사 계좌와 연동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에 지급해야 할 이용 수수료도 높은 편이다.

특히 최근에는 주로 체크카드를 이용하던 2030 세대들이 각종 간편결제에 익숙해지면서 체크카드 사용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 것도 악재다. 체크카드 발급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시점과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이용자 수가 치솟기 시작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맞물린다.

올해 1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늘어난 8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MZ세대 10명 중 9명이 간편결제 시 핀테크 플랫폼을 이용한단 결과가 나왔다. 최근에는 간편결제 플랫폼을 이용해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체크카드보다 높은 소득공제율을 적용받는 중장년층 사용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개발원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도 일반 체크카드를 내놓기보다 차기 주력 소비층인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에 맞춘 핵심상품만 내놓고 있다"며 "간편결제 기능을 탑재한 체크카드나, 특정 팬덤을 겨냥한 체크카드를 내는 식으로 효율성 중심 영업을 펼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하나카드는 최근 이스포츠팀 SKT CS T1과 함께 '리그오브레전드(LOL)' 팬들을 겨냥한 'T1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이 체크카드는 국내 이스포츠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팀이자 롤드컵 역대 최다 3회 우승팀 'T1'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출시된 상품이다.

KB국민카드가 선보인 '그린재킷(Green Jacket) 체크카드'는 골프에 빠진 MZ 세대 소비 습관에 맞춘 상품이다. 전월 이용 실적이 30만원 이상이면 골프연습장·스크린골프, 골프의류·용품, 골프관광(그릿재킷투어) 같은 골프 관련 3개 업종에서 월 최대 10만원까지 5%를 할인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