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더타운 실행화면

앞으로 은행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가상공간의 영업점으로 접속해 대출상담 등 금융 업무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메타버스 기반 가상 영업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메타버스란 가공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 합성어로, 현실세계처럼 사회·경제·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공간 플랫폼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고객들이 아바타를 생성해 참여할 수 있는 가상영업점을 테스트할 것"이라며 "가상영업점은 '게더타운'이 아닌 독자적 플랫폼을 통해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게더타운에 ▲금융·비즈센터 ▲재택센터 ▲놀이공간 등 3개의 공간이 조성된 'KB금융타운'을 구축했다. 금융·비즈센터는 영업점, 홍보·채용 상담부스, 대강당 등으로 구성했다. 재택센터는 재택 근무자와 사무실 근무 직원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이 가능하도록 꾸몄다. 놀이공간에선 직원끼리 함께 미로찾기 등 게임을 할 수 있다.

지난 8일에는 국민은행 테크그룹 임원들과 부서장들이 참여하는 경영진 회의와 외부업체와의 기술미팅도 KB금융타운에서 개최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여러 현업부서에서 메타버스 활용 문의가 많아 앞으로 차근차근 활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경영진 회의, 사내 행사 등을 진행하는 모습.

다른 주요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메타버스 플랫폼 활용에 나섰다. 국민은행이 게더타운을 활용한 것과 달리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중심으로 가상공간을 구축해 경영진 회의나 사내 행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제페토에 인천 청라연수원 구조와 외형을 그대로 구현한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축했다. 올해 입행한 신입행원들이 온라인 연수만 받고 직접 가보지 못해 이를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이날 행사에는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제페토 내 아바타 '라울(Raul)'로 참석했다. 신입행원들은 박 행장에게 자신들이 직접 설계하고 만든 공간을 안내했다. 하나은행은 이 캠퍼스를 비대면 소통은 물론 직원들의 사내 교육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점프 버추얼 밋업'에서 권광석 우리은행장과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직원들이 만나는 시간을 마련했다. 권 행장은 '전광석화'라는 닉네임과 함께 자신이 직접 만든 캐릭터로 참여해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지방은행도 메타버스에 뛰어들었다. DGB금융은 지난 5월부터 제페토에서 지주 경영진 회의를 열고 사내 모임을 진행하는 등 메타버스 활용에 적극적이다. 지난 7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아이디어 공모전 발표회와 시상식도 제페토에서 진행했다. DGB금융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메타버스 기반 영업점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신석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메타버스 금융서비스 개발 본격화' 보고서를 통해 "이미 글로벌 금융사는 메타버스 시대를 대비하며 상담과 디지털 체험에 특화된 점포 구축을 시작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MZ세대를 넘어 실버세대 상담에 특화된 메타버스 복합 점포 개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