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보유한 대표적인 대출 상품이었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가 '형제 상품'인 카드론에 밀려 빠르게 움츠러들고 있다. 장기대출 상품인 카드론이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열풍으로 인기가 치솟은 반면, 단기대출 상품인 현금서비스는 상품 설계 특성상 금리가 카드론에 비해 애초부터 높은데다, 빅테크사들이 편의성을 강조한 대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는 추세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올해 1분기 현금서비스 취급액은 12조329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8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현금서비스 취급액은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8.5% 줄어든 54조1000억원에 그쳤다.

이용 건수도 줄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비은행권) 현금서비스 개인 이용 건수는 2만1534건에 그쳤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적다. 이 추세대로라면 2011년 연간 기준 3만9000건을 넘어섰던 현금서비스 이용 건수는 올 연말에는 2만건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월 기준 카드사 현금서비스 이용건수는 월 1450건 수준까지 떨어졌다.

반면 카드사 카드론 취급액은 매 분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증가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3조 178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 1324억원 늘었다. 현금서비스 이용자가 줄어드는 공백을 카드론 이용자가 메우는 형국이다.

현금입출금기에 현금서비스 이자율이 고지된 모습.

한때 '급전'의 대명사였던 현금서비스 사용이 매년 줄어드는 이유는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사이 금리 간격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서비스는 단기카드대출이라는 이름처럼 다음 달 결제일에 빌린 대출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카드론은 장기카드대출로 상환기간이 평균 1~2년, 최장 3년으로 현금서비스보다 상환기간이 길다. 카드사 입장에서 현금서비스는 다음 달에 바로 상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자 수익을 얻기 어렵다. 자연히 이자를 한번 받는 대신 높은 금리를 적용해야 수익이 남는 구조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현금서비스 이용자는 이 금리를 감당하면서 돈을 빌려야 한다는 뜻이라 그만큼 부실 위험도 크다"며 "카드론은 상환기간이 길고, 갈수록 신용도가 높은 이용자들이 몰려들고 있어 상대적으로 리스크 부담이 적고 이자도 2년 동안은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라 카드사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우량 자산을 쌓아놓은 상태에서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취해야 하는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보다 카드론에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다.

13일 여신금융협회의 '대출상품 신용점수별 수수료율' 공시에 따르면 신용점수 832~1000점(신용등급 1~3등급) 구간의 카드사 현금서비스 금리는 최소 연 11.09%(BC 카드)에서 최대 연 16.33%(우리카드)로 연 10%를 크게 웃돌았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점수 1000점 만점인 이용자라도 카드사 현금서비스를 쓸 경우 연리 기준 10.90%~16.09% 금리를 적용받는다. 신용점수 1000점 만점이어도 이자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반면 카드론은 같은 구간에서 최소 연 7.99%(신한카드)에서 최고 12.15%(KB국민카드) 수준이다. 최저금리를 기준으로 최소 3%포인트(P) 이상 차이가 난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현금서비스를 대체할 만한 비대면 대출 인프라가 여럿 생기는 점을 들어 현금서비스 입지가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근 제2금융권과 인터넷 은행에는 대출 심사가 당일에 끝나는 모바일 비대면 대출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다. 급전이 필요한 상당수 금융 소비자들은 이제 핀테크 어플리케이션(앱)에서 여러 금융기관 대출 금리를 한 번에 비교해 가장 금리가 낮은 저축은행이나 인터넷 은행을 이용하는 추세다.

지난 4월부터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포함한 핀테크 업체에서 최대 30만원 한도에서 미리 결제가 가능한 '후불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대안신용평가시스템(Alternative Credit Scoring System·ACSS)을 심사에 활용해, 구매력이 있는데도 금융이력이 부족해 현금서비스 등을 써야 했던 사회초년생과 주부 등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앞으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이 통과해 여러 업체가 후불결제를 포함한 소액대출 시장에 뛰어들면 현금서비스 이용자층이 빠져나갈 것으로 우려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현금서비스 이용자에게는 우수회원 선정에 필요한 점수를 추가로 얹어주고 있다"며 "우수회원이 되면 카드 연회비 감면이나 무이자할부 같은 혜택을 별도로 제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