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자 주요 카드사들이 재택근무 비율을 최대 70%까지 늘리면서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일부 카드사에서는 이미 재확산 이후 복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사옥을 폐쇄하는 경우가 생긴 데다, 주요 카드사가 자리 잡은 여의도와 광화문 인근에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면서 지난해 가동했던 재택 체제로 전환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여의도에 본사를 둔 현대카드는 지난 8일 본사 직원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그날 바로 여의도 본사 7개 층을 임시 폐쇄했다. 현대카드 여의도 본사는 11층 건물 3개동이다. 8일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해당 층 근무자들과 밀접 접촉자들은 현재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느라 업무에 상당한 지장이 생긴 상태다.
현대카드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전 직원 재택근무 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높였다. 지난해 1·2차 확산 때보다 높은 강도로, 전례 없던 수준이다. 지난해 6월 현대카드는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자 2주 동안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 50%는 재택근무를, 나머지 50% 직원들은 오전 10시 전까지 원하는 시간대 출근하도록 조치했다.
재택 근무 중인 한 현대카드 관계자는 "가상 데스크톱 환경(VDI·Virtual Desktop Infrastructure)이 경쟁사들에 비해 잘 갖춰진 편이라, 재택 근무가 용이한 편"이라며 "부득이하게 출근한 직원들은 건강 상태를 하루에 2회 정도 보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BC카드는 9일부터 재택근무 비율을 30% 이상에서 50% 이상으로 높였다. 출근해야 하는 직원들도 확산을 막기 위해 시차를 두고 출퇴근하거나, 점심시간을 나눠서 사용한다. 사내 공지에는 을지로 사옥 내 층간 이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KB국민카드는 재택근무 비율이 30% 수준이지만, 직원 간 회식이나 집합을 금지했다. 신한카드도 지난 9일부터 재택근무자 비중을 기존 20%에서 30%로 상향했다.
하나카드 역시 현행 재택근무 비율 20%를 30%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대책반에서 논의하고 있다. 임산부와 기저질환이 있는 직원은 이미 재택근무로 전환을 마쳤다.
삼성카드는 지역 이동이나 출장을 금지했다. 기존 방역수칙에 따라 사내에서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고 단체회식·대면회의을 금지했다.
우리카드는 "현재 재택근무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고, 재택근무 비율을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카드는 현재 30%를 웃도는 재택근무 비율을 확산 정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서울 구로구의 한 콜센터에서 100여명이 넘는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한 점을 감안해 콜센터 별로 칸막이를 설치하고, 좌석 간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사 같은 금융기관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사회적 책임을 묻는 시선이 차가운 편이라 만에 하나라도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지난해 겪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개별 카드사들이 적절히 단계를 조절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콜센터를 포함한 일부 카드사 직원들은 카드사 업무의 상당 부분이 개인정보와 직결되는 부분을 들어 '재택 근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드러냈다. 카드업계 전문가들은 사무직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원활한 재택근무를 위해선 VDI 같은 원격근무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보안프로그램이 깔린 개인 PC나 노트북에 접속해 금융 소비자 개인정보를 띄워놓은 상태로 원격 근무를 하다 보면 개인정보 유출과 전산사고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존 카드사 콜센터 직원들은 사무실에 출근하는 동시에 스마트폰에 보안 스티커를 붙이는 한편 소비자 정보 유출에 대한 실시간 감시를 받는다"며 "기존 영업장은 이중삼중으로 방호벽이 구축돼 있어 해킹 등 외부 공격으로부터 안전하지만, 직원들이 각자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사건·사고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