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모처럼 준비했던 워터파크와 해수욕장 할인,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같은 프로모션들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 19 확진자가 역대 최고 수치를 넘어서며 위험수위를 오가자, 여름철 휴가에 맞춘 이벤트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추세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업 카드사는 일제히 최근 상황을 고려해 여름 이벤트에서 워터파크나 해수욕장 관련 할인 혜택 제공할 계획이 없거나,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8일 기준 주요 카드사 가운데 여름 프로모션의 핵심인 워터파크 할인 혜택을 올해 이벤트에 명시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사실상 카드사가 새 여름휴가 이벤트를 계획하기에 시기적으로 늦은 점을 감안하면, 올해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 카드업계 중론이다.
한 전업 카드사 관계자는 "2019년까지 여름휴가 관련 이벤트는 워터파크, 해수욕장과 같은 물놀이 시설, 혹은 테마파크나 해외여행 같은 야외 활동에 방점을 찍고 진행했다"며 "올여름을 앞두고 정부가 소비 진작 차원에서 재난지원금도 주고 해서, 확진자 수가 적고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방 워터파크들과 이벤트를 재개할까 싶었는데 코로나 재확산으로 무산됐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대신 올여름 프로모션을 '호캉스'를 위한 호텔 할인과 계절 가전 등 쇼핑 할인 위주로 꾸릴 계획이다. 일부 카드사들은 아예 올여름 바깥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여름 '집콕'족을 위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인터넷 쇼핑몰인 쿠팡의 당일배송 서비스인 로켓와우, 음식배달서비스 요기요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슈퍼클럽 할인 혜택을 담은 '언택트' 전용 상품을 내놨다.
카드사 입장에서 여름휴가는 일년 중 가장 큰 '대목' 가운데 하나다. 명절과 함께 일년 중 전 국민적으로 소비성향이 가장 두드러지게 높아지는 시점이라 수수료 수익이 껑충 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가 퍼지기 전인 2019년까지 카드사들은 여름휴가철에 맞춰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신규 이용자를 유치하고 결제 실적을 올리기 위한 이벤트를 연례행사처럼 진행했다.
여름 이벤트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9년 연간 카드 승인금액은 856조600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5.7%, 카드 승인건수는 217억5000만건으로 전년보다 9.7% 각각 늘었다. 반면 코로나 초기 확산으로 올해처럼 관련 이벤트를 열지 못했던 지난해의 경우 연간 승인금액은 885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4% 늘었지만, 승인건수가 217억3000만건으로 전년대비 0.1% 뒷걸음질쳤다. 승인금액 성장률 3.4%는 카드 실적 집계 이후 최저치다.
카드업계는 올해 이런 하락세가 더 뚜렷하게 드러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올해 1분기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카드사들은 이전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5월 들어 승인금액 증가율은 4월보다 13%포인트(P) 이상 뚝 떨어졌다. 휴가철과 맞물리는 8월부터 정부 소비 진작책인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이 시행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대형 마트와 온라인쇼핑몰, 배달앱은 모두 제외돼 소비 증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본부장은 "신용판매 성장세가 둔해지는 추세인데 여기에 금융지원조치까지 끝나면 카드사가 대손비용에 대응할 여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 후에도 카드사가 이전과 같은 여름 휴가 맞춤 이벤트를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금융당국이 최근 일회성 마케팅 자제령을 내리며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을 막는 규제를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개정한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안에 따르면 이달부터 법인회원의 카드 이용에 따른 카드사들의 총비용은 총수익을 넘어선 안 된다. 또 카드사가 대기업 등 법인 회원에 제공할 수 있는 이익(캐시백, 기금 출연, 부가서비스 등) 규모는 법인 카드 이용액의 0.5%로 제한된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이번 달부터 불필요한 과당 경쟁이 잦아들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는 있지만, 이전처럼 계절별로 높은 마케팅 비용을 감수하면서 이용자를 끌어모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