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가 서서히 오르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수신 금리가 요지부동 상태를 보이자 시중은행 자금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과 신협, 새마을금고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른바 '제2금융권 머니무브(자금 이동·money move)다. 저축은행들 사이에서는 이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지난달부터 '때아닌 특판(특별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2일 JT친애저축은행은 최대 연 2.05% 금리를 주는 비대면 정기예금을 포함해 수신상품 특판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비대면·일반·회전식 정기예금 3종에 대해 연 1.95~2.05%의 금리를 적용한다. 총 입금 규모는 500억원이다.

바로 전날인 1일에는 업계 2위권인 OK저축은행이 하루만 맡겨도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요구불예금 상품 'OK파킹대박통장'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아무 때나 넣고 뺄 수 있는 일반 수시입출금 상품이지만, 최고 금리가 1.5% 수준이다. 현재 0%대인 시중은행 정기적금 평균금리보다 높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까지는 예금자 보호도 가능하다.

KB저축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정기예금과 'KB착한이플러스(e-plus)정기적금' 특판을 진행하고 있다. 정기예금은 총 500억원, 정기적금은 1000계좌가 한도다. 정기예금은 비대면 가입시 연 0.1%포인트(p) 우대 금리를 포함해 36개월 기준 연 2.1% 금리를 제공한다. 정기적금은 비대면으로 가입할 경우 36개월 연 3% 금리가 적용된다.

이 밖에도 하나금융지주 계열인 하나저축은행과 업계 3위권인 웰컴저축은행, 수도권 영업에 강세를 보이는 모아저축은행을 포함한 주요 저축은행들이 지난달 이후 최대 5% 금리를 제공하는 특판 상품들을 선보였다.

최근 금리가 연 5%를 넘나드는 예·적금상품이 늘자 서울의 한 저축은행 점포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저축은행들이 일제히 특판에 나서면서 저축은행 평균 예금 금리는 5월 28일 이후 한 달여 만에 0.02~0.17%p가 올랐다. 지난달 30일 기준 저축은행중앙회가 집계한 저축은행 79개사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6개월 기준 1.31%를 기록했다. 12개월 평균금리는 4월 1.61%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1.78%까지 뛰었다. 24개월 평균금리는 현재 1.81% 수준이다. 0.93%인 시중은행 평균 금리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정기적금 평균금리 역시 6개월 기준 1.91%, 12개월 기준 2.39%까지 올랐다.

특판은 저축은행들이 평상시보다 금리를 더 얹어 주면서까지 수신을 늘려야 할 때 주로 쓰는 영업 방식이다. 보통 시중에 돈이 많이 도는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 시즌과 금융당국이 제시한 건전성 통계에 잔고를 맞춰야 하는 12월에 특판이 주로 나왔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6~7월 특판'이 대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금 끌어들이기 경쟁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과 예대율 규제 역시 일시적으로 소폭 완화됐는데, 이 조치는 오는 9월 말로 끝난다. 이 조치가 끝나기 전에 미리 자금을 확보해 두자는 의도 역시 다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2금융권(저축은행·신협·새마을금고) 수신자금은 380조95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6694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말보다는 6개월 사이 15조9581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2금융권에서도 저축은행은 지난 4월말 수신금 총액이 83조71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조5587억원(22.8%)이나 불어났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정부가 서민 지원 차원에서 중금리 대출을 늘리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예대율(예금잔액에 대한 대출금잔액 비중)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출을 늘리려면 미리 수신을 확보해둬야 한다"며 "하반기부터는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 같은 인터넷 은행들과도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경쟁해야 해 새 금융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만큼 금리 조건이 좋은 상품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