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우정사업본부 건물 전경./우정사업본부 제공

우체국금융으로 약 143조원의 자산운용 규모를 가진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본격화한다. 금융권에서 ESG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채권 투자 수요 등이 늘어난 영향이다.

28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우본은 우체국금융 ESG 투자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우본 관계자는 "다음 달 말 ESG 투자 연구 용역 계약을 시작해 올해 말쯤 투자 전략이 나올 것"이라며 "이를 통해 우체국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 장기적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본은 현재 우체국예금 85조원, 보험 58조원을 포함해 총 143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연기금 중에서는 국민연금공단에 이어 국내 2위 규모다.

국민연금은 오는 2022년까지 전체 자산의 50%를 ESG 기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우본도 ESG 관련 주식 및 채권 투자 비중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우본 관계자는 "현재 우본 운용 자산에서 ESG 투자 비중은 2.8% 수준으로, 앞으로 두자릿수(10% 이상)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만약 국민연금 수준으로 투자 비중을 높일 시 약 70조원의 자금이 ESG 분야에 투자된다.

일러스트=유연호

우본은 자산별(위탁주식, 직접·위탁채권) 특성에 맞는 적절한 ESG 투자 종목군을 구성할 방침이다. 공공성과 수익성의 조화를 위해 자산별 적정 BM(벤치마크, 비교지수) 구성 방안과 BM 대비 성과 평가 모델도 만든다.

특히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수법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체국금융은 자산 규모와 비교하면 운용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143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인력이 총 67명(예금 37명, 보험 30명)에 불과하다. 이에 ESG 투자를 전담할 위탁운용사를 선정한다.

위탁운용사는 ESG 회사채펀드를 1년 이상 운용하고, 운용평잔이 100억원 이상인 펀드를 운용해야 자격을 준다. 또 운용 중인 펀드의 채권 편입비가 60% 이상이며 설정액은 10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한편 최근 전 금융권에서 ESG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ESG 지표를 기반으로 투자기업을 선정하기로 하면서다.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올해 6월까지 발행한 ESG 채권 발행규모는 약 4조2524억원이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ESG 상품과 투자, 대출 등 ESG 금융을 50조원으로 확대하고 이 중 25조원을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