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은 '공식 1호' P2P(Peer to peer·개인 대 개인) 금융사들이 신규 대출을 재개한다. 지난해 8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법 시행 이후 10개월 만이다.
11일 금융권과 온투업계에 따르면 3개 업체인 8퍼센트·피플펀드·렌딧은 온투업법 시행에 따라 일부 중단했던 신규 대출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공식적으로 금융위원회의 온투업 등록이 완료되면서다.
업체별로 시점은 조금씩 다르다. 가장 먼저 서비스 시작을 알린 회사는 8퍼센트다. 등록 완료 발표가 난 9일 자정부터 전날 정오까지 12시간 동안 서비스 점검 후 이미 신규 대출 및 투자를 시작했다. 첫 투자 상품은 경북 칠곡군 왜관읍 협성휴포레칠곡왜관 아파트의 부동산 담보 대출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총 2000만원을 모집한다.
피플펀드는 오는 14일부터 개인 신용대출 서비스를 재개할 전망이다. 온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에도 중앙관리기록원·예탁결제원 등에 등록하고, 데이터를 이관하는 행정실무 작업 등이 남아 있어서다. 피플펀드가 신규 대출을 재개하는 것은 약 9개월 만이다. 지난해 9월 주력 상품이었던 '전북은행 협업 은행통합형 대출 방식'이 막히면서 모든 개인 신용대출을 중단한 것이다.
2016년 선보인 은행통합형 대출 모델은 피플펀드가 전북은행을 통해 차입자에게 대출해주고, 전북은행이 투자자로부터 현금을 P2P 대출의 담보로 수취하는 구조로 운영되는 독특한 형태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온투법 시행으로 은행통합형 P2P 대출 모델 운영이 더는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피플펀드 관계자는 "은행 연계형 대출 상품을 운용할 수는 없지만, 전북은행과의 협업은 앞으로도 이어갈 예정"이라며 "온투법에 따라 투자금을 제3기관에 예치해야 하는데, 이 예치기관 역할을 전북은행이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렌딧도 일단 서비스 재개를 알렸다. 다만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렌딧 관계자는 "온투업자가 되기 이전에 P2P업체는 플랫폼 운영 법인과 대부업 법인으로 나뉘어 운영돼 왔는데, 이를 합병하는 작업이 필요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렌딧은 전반적인 서비스 개편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신규 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최초 제도권 P2P 업체들이 탄생하면서, 지난 10개월간 목 빠지게 심사 결과를 기다려 온 다른 P2P 업체들도 곧 심사 결과를 받아들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게 됐다. 금융당국은 전날 "이번 3개 회사 외에도 등록 신청서를 제출한 업체들에 대해 빠른 시일 내 심사 결과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온투업 등록 신청을 완료한 업체는 41개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온투업등록심사전담반'을 새로 발족해 인력을 2배 증원하는 등 심사 업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도권 등록이 임박함에 따라 P2P 업체들은 거래량 증가와 금융기관 투자 확장에 대비해 ▲투자 한도 적용 변경 ▲세율 변경에 따른 상환금 변경 ▲자금세탁방지 ▲대출 계약 프로세스 변경 ▲온투업법 적용에 따른 정보 고지 변경 등 포함 등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편익도 증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등록된 P2P 업체들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자금세탁방지법, 개인정보보안법 등 제도권 금융에 적용되는 관련 규제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는 더욱 안심하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또 투자 수익에 대한 세율이 종전 27.5%에서 15.4%로, 40% 이상 인하돼 투자자들의 투자 수익도 증가한다.
2014~2015년에 설립된 8퍼센트·피플펀드·렌딧은 중금리 개인 신용대출을 주력으로 해 온 P2P 업체들이다. 이중 8퍼센트는 소상공인 대출, 피플펀드는 주택담보대출 등에도 특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