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 개점 전 유상증자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토스의 기업 가치는 약 8조원으로 1년만에 2.6배 올라섰다. 이로써 토스의 최대주주인 이승건 대표의 지분은 당초 10%대 중후반에서 10%대 초반으로 희석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달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토스는 유상증자 자금 가운데 1000억원가량을 토스뱅크에 투입할 계획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는 조만간 유상증자를 딜 클로징(거래종결)할 예정이다. 당초 2000억원을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2배 이상인 4500억원 이상의 투자금이 모였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투자자 7~8군데가 신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이번 유상증자에 약 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는 산은 내 스케일업실에서 주도하고 있다. 토스의 지난해 연말 기준 누적 투자금액은 6300억원이었는데, 이번 투자로 1조원을 넘어서게 될 전망이다.
토스의 몸값은 1년도 안 돼 3배 가까이 뛰었다. 업계에선 토스의 기업가치를 70억달러(약 7조8071억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2053억원 규모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는 약 3조원이었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자연스레 토스 최대주주인 이승건 대표의 지분도 희석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이 대표의 토스 지분율은 10%대 중후반대인데, 증자 완료 후에는 10%대 초반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공개된 토스의 대주주 현황은 2019년 9월 말 기준 이승건 대표 19.94%, 알토스벤처스 17.19%, 굿워터캐피탈 17.16% 등이다. 이 대표의 지분이 1년8개월만에 5~9%포인트(P)가량 내려앉게 되는 셈이다.
유상증자 이후 토스의 다음 행보와 관련해 올 9월 새로 문을 열게 될 토스뱅크에 눈길이 쏠린다. 토스는 추가 확보한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토스뱅크에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향후 1000억~1500억원 규모로 토스뱅크에 추가 유증을 할 예정이다.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뱅크 지분(34%)을 감안할 때 다른 주주들이 총 1000억원가량 추가 납입에 나선다면, 최대 2000억원 규모까지 유상증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자금 조달 여력은 토스뱅크에게 주요한 과제다. 금융당국도 전날 토스뱅크의 은행업을 인가하면서 이례적으로 '손익분기점 도달 예상 시점인 오는 2025년까지 증자 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는 부대 조건을 내걸었다. 자본 확충과 관련한 부대 조건을 내건 것은 앞선 케이뱅크·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당시에는 없던 일이다.
토스뱅크는 향후 5년간 1조원을 목표로, 매년 최대 3000억원의 추가 증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토스뱅크는 당장 7월 이후, 현재 2500억원인 자본금을 40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전날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증자와 사업의 규모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실제 사업을 출시했을 때 고객들이 대출 등을 많이 가져간다고 하면 빠른 증자가 필요할 텐데, 영업에 지장이 없도록 투자사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