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금융회사 전문가들은 올해 유망한 투자 상품으로 미국 관련 주식을 꼽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미국 경기 회복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와 달리 달러 강세 기조가 부각되면서 신흥국 주식보다 미국 자산이 각광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자금이 몰리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상품을 추천 종목으로 선택했다. 위험성이 높고 규제 리스크가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파생결합증권(DLS)은 비인기 상품으로 꼽혔다.
조선비즈는 23명의 경제 전문가에게 총 17개의 투자 상품 종류를 제시하고 투자 유망도에 따라 '아주 좋음, 좋음, 보통, 나쁨, 아주 나쁨'을 답변해 달라고 제시했다. 결과에 따라 차례대로 +2, +1, 0, -1, -2점의 가중치를 부여해 최종 점수를 매겼다.
합산 결과 미국 상장지수펀드(ETF)가 31점을 획득해 1위를 차지했다. 미국 펀드와 미국 주식 직접 투자는 각각 22점과 20점을 받으면서 3, 4위를 차지했다. 상위 5위에 미국 주식 투자 상품이 3개나 이름을 올린 것이다.
◇ 중국은 한물 갔고, 유럽은 아직… 올해는 미국이 주인공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상품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미국이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펴면서 전 세계 국가 가운데 경기 회복이 가장 두드러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약세를 이어갔던 달러 가치도 올해 들어 강세로 전환되면서 미국 투자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졌다.
한범호 신한은행 투자자산전략부 부부장은 "올해 주가 상승의 가장 큰 동력은 경기 회복 속도, 기업 이익 속도, 정책 집중력 강도, 통화 가치 신뢰성"이라며 "모든 요건이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미국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현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원래 경기 회복기에 신흥국 주식이 수익률이 좋은 것이 맞다"면서도 "실제 지난해까진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서 신흥국 증시가 우위였지만, 최근에는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서 미국 증시가 주목받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 주식은 국내 애널리스트가 탐방을 하러 가기도 어려운 곳들이므로 개별 종목 투자보단 ETF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유럽·일본 주식은 그보다 낮은 9점을 받아 11위를 차지했다. 이는 유럽과 일본이 아직 미국만큼의 경기 회복 모멘텀을 겪을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은 내년부터 백신 접종이 완료되면서 경기 회복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 인기가 사그라지면, 내년에 유럽 주식을 노리면 된다고 조언했다.
반면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 양대 구조를 이루는 중국은 2점으로 12위에 머물렀다. 경기 회복은 기대되지만 이미 재료가 소멸한 탓이다. 중국 경기 회복세는 지난해 4분기에 시작해 1분기에 이미 마무리되는 국면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이미 모멘텀이 끝나서 2분기부터는 반영될 요소가 없다"고 말했다.
신흥국 주식 관련 상품도 -1점으로 하위권(13위)에 머물렀다. 미국 중심의 성장세 강화는 상대적으로 신흥국의 통화 가치를 절하하는 등 전체적인 밸류에이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신흥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불투명한 것도 신흥국 투자 매력도를 낮추는 요인이다. 한범호 부부장은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미·중 갈등 부각 등의 요소가 한국과 중국, 신흥국에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 자금 몰리는 ESG펀드… 위험 상품·채권 상품은 '비추천'
최근 대세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도 26점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2위에 등극했다. ESG가 과거에는 추상적인 개념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평가 기준도 꽤 정교해지는 등 비교적 현실화했다는 설명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센터장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기후 환경 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주요 국가와 정부 차원에서 그린 뉴딜 사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ESG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범호 부부장은 "최근 ESG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정부 정책 수립 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라며 "기업의 사회 책임이나 환경과 관련한 논의는 허무맹랑했던 과거와 달리, 시장에 실제 수치로서 제안해줄 수 있을 만큼 객관화돼 설득력을 지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나 최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환경에 대한 실질적인 경각심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위권에는 대부분 채권 상품이 이름을 올렸다. 채권 투자가 -24점, 국내 채권 상장지수펀드(ETF)가 -18점을 받아 최하위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채권 상품의 금리 또한 낮게 책정되는 탓이다. 전문가들이 본격적인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를 대부분 2023년으로 내다본 만큼, 당분간 채권 상품은 인기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 이자율이 높은 해외 채권도 예외는 아니다. 브라질 채권은 금리가 10%대라지만, 환 변동성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수익이 나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환 헤지를 하더라도 헤지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실질적으로 돌아오는 수익이 적으므로 개인 투자자에게 추천하지 않는 종목이다"라고 설명했다.
변동성과 위험도가 높은 파생결합상품(ELS·DLS)도 -3점으로 14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일부 파생결합상품에서 환매중단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경계감이 커진 영향이 컸다. 특히 금리·신용·펀드 등 기초자산 가격에 연동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DLS 상품의 경우 지난해 6월 말 기준 잔액 2조4000억원 중 약 62%(1조5000억원)에서 환매 중단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이런 상품들은 원금 20%를 초과하는 손실이 날 수 있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으로 분류되면서, 지난 10일부터 판매 규제가 강화돼 투자 환경이 더욱 열악해졌다. 김완중 연구위원은 "고난도 투자상품 녹취·숙려제도 시행에 따라, 이런 상품에 가입하려면 앞으로는 창구에서 30분 이상 설명을 들어야만 하는 의무가 생겼다"며 "은행 판매 과정에서 제약이 많아지니 아무래도 손이 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공격적 투자에는 나서지 말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오태동 본부장은 "주식이나 가상화폐와 같은 위험자산은 현재 상승기 끝물에 있다고 본다"며 "무턱대고 레버리지를 끌어와 수익성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과거보다 리스크 관리에 더욱 방점을 두고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