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금융감독원의 사모펀드 제재를 앞둔 가운데, NH투자증권과 옵티머스펀드 소송전까지 휘말리며 경영 리스크가 커졌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 달 중으로 '환매 중단 5대 사모펀드' 중 독일 헤리티지·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를 판매한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 계획이다.

하나은행 사옥 전경./하나은행 제공

하나은행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제재심에서 최고경영자(CEO) 제재가 이뤄지는지 여부다. 하나은행은 독일 헤리티지·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를 포함해 디스커버리, 라임펀드 등 부실 사모펀드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이다. 문제가 된 펀드 총 판매액 규모만 약 2700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현재 원장 자리가 공석이지만, 독일 헤리티지·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에 대해 대부분 조사가 끝난 사안인 만큼 원리·원칙을 지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하나은행은 금감원이 내놓는 분쟁조정안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분조위 권고안에 협조하면 향후 CEO의 중징계 통보 시 소비자 피해 구제 노력이 감경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먼저 제재심이 진행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사례를 보면 제재심 시기에 맞춰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개최된 바 있다.

다만 독일 헤리티지·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는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처럼 '사기성 상품'을 팔았다는 정황이 없어, 원금 전액 반환 결정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은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그래픽=김란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나은행은 기약 없는 소송전까지 벌이게 됐다. 옵티머스펀드 사태를 놓고 NH투자증권이 하나은행에 손해배상 소송과 구상권 청구를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것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 일반 투자자들에게 원금 100%를 지급하기로 했다.

옵티머스펀드 판매는 NH투자증권, 수탁은 하나은행이 맡았다. 자본시장법상 새로운 펀드가 출시되기 위해선 운용사와 판매사, 수탁사가 필요하다. 수탁사는 일반적으로 은행이 맡는데, 펀드에 들어온 자산을 보관하고 운용사의 지시에 따라 주식이나 채권을 사고파는 역할을 한다.

NH증권은 하나은행이 옵티머스펀드가 운용 목적과 다르게 운용되고 있음에도 이를 방조했다는 명분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펀드 약관이나 투자설명서대로 수탁사도 펀드가 제대로 운용되는지 감시할 의무가 있다는 게 NH증권의 주장이다.

NH증권은 "하나은행은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운용지시를 받고 편입되는 자산이 100% 사모사채인 것을 알았음에도 이를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 투자자 피해가 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하나은행은 옵티머스가 운용지시를 함에 있어 사모사채를 인수하도록 지시했기에 이행했고, 수탁사 인감을 위조해 어휘 계약서를 날인하는 등 철저하게 은폐했기에 사전에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행법상 펀드에 대한 수탁은행의 감시 의무가 없고, 판매사가 수탁사에 소송을 건 사례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NH증권이)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로서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관계 여부를 떠나 NH증권과 하나은행 간 소송전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 규모가 4000억원대에 달해 양측 입장이 첨예한 만큼 빠르면 3년, 길게는 10년에 걸쳐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일각에선 소송이 장기화하면 하나와 농협 간 두 금융지주의 대리전 양상으로 발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로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했는데 소송까지 지면 더 큰 타격이 올 수밖에 없어 지주 간 자존심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