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 5위 메리츠화재가 무서운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업계 '빅4'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손보업계 빅4는 시장점유율 순으로 삼성화재(000810), 현대해상(001450), DB손해보험(005830), KB손해보험을 말한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원수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은 10.3%(9조1511억원)이었다. 2018년 8.8%였던 메리츠화재의 점유율은 2019년 9.6%, 2020년 10.3%로 매년 1%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메리츠화재의 시장점유율 선전은 장기 인(人)보험 부문에서 공격적인 영업과 마케팅을 펼친 덕이다. 장기보험은 손해보험업계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주요 수익원으로, 생명이나 건강 등 사람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인보험과 물건이나 재산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물(物)보험, 저축 기능을 강화한 저축성보험으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인보험은 장기보험 매출의 60~70%를 차지한다.
장기보험 시장은 삼성화재가 3개 부문에서 모두 부동의 1위였지만, 2017년 메리츠화재가 자사상품만 판매하는 보험대리점(GA) 형식의 사업가형 점포를 도입하면서 인보험 시장에서 삼성화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업계 최고 수준의 설계사 수수료를 지급하기 시작했고, 치매보험과 펫보험 등을 무기로 공격적으로 영업해 삼성화재를 따라잡았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메리츠화재의 장기 인보험 초회보험료는 122억원을 기록해, 119억원을 기록한 삼성화재를 넘어섰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업계 1위 삼성화재의 시장점유율은 2018년 22.7%에서 2019년 22.5%, 2020년 21.9%로 하락세다. 지난해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각각 16.2%, 15.8%의 시장점유율로 2, 3위를 유지했다. 메리츠화재가 성장하면서 4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KB손해보험의 시장점유율은 12.3%였다.
손해보험 시장은 상위 10개사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94.7%를 차지하고 있다. 원수보험료는 2018년 80조2869억원에서 2019년 83조8082억원, 2020년 89조1965억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4년 KB금융지주가 LIG손보를 인수해 KB손보로 사명을 변경하고 빅4로 입성한 이후, 시장 점유율 및 순위에 큰 변동은 없었는데 시장에선 메리츠화재가 '메기' 역할을 해 빅4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수보험료를 무리하게 늘리는 양적 성장보다 손해율을 낮추고 수익성을 높이는 등 질적인 성장을 강조하는 업계 분위기 속에서 메리츠화재의 공격적 영업이 부작용은 없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계속해 결과가 나오다보니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엔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반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편, 생명보험업계에서도 곧 신한라이프발 순위변동이 있을 예정이다. 지난해 점유율 4.8%로 업계 6위였던 신한생명은 오는 7월 오렌지라이프와의 합병 법인인 신한라이프 출범을 통해 업계 4위로 올라선다.
오렌지라이프는 점유율 3.3%로 합병법인인 신한라이프의 시장점유율은 단순 계산했을 때 8.1%가 되는데 이는 생보업계 4위인 미래에셋생명 5.8%를 넘어선다. 생보업계는 삼성생명(22.2%), 한화생명(12.4%), 교보생명(11.9%)가 빅3로 공고한 순위체계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