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대기 중인 취업준비생. /연합뉴스

매년 대규모 정기 공채로 문과생 최선호 업종으로 꼽혔던 은행권의 채용 흐름이 변했다. 주요 시중은행은 시대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정보기술(IT) 인력 위주의 수시 채용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중에서 올해 상반기 정기 신입 공채를 한 곳은 지난달 340명을 채용한 NH농협은행이 유일하다. 이 외 하나은행이 강원·영남·제주·충청·호남 등 전국 5개 지역 대학 출신을 대상으로 한 ‘지역인재 신입행원 공채’를 진행 중이다. 채용 규모는 두자릿수다.

다른 시중은행은 아직 신입 공채 일정 및 규모를 확정 못 했다. 올 하반기 공채를 진행하더라도 채용 인원은 예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운영하는 영업 점포가 줄고 기존 행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유도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신입 공채는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기업금융·자산관리(WM), 투자은행(IB)·리스크 분야 등 금융 전문 서비스 분야에서도 경력자를 선호하면서 채용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왼쪽부터)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한 때 약 3000명을 유지하던 5대 시중은행 채용 인원은 지난해 16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정기 공채를 했던 신한은행의 경우 신입 채용 규모가 2018년 600명에서 2019년 430명, 2020년 350명으로 감소했다. 대신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IT 부문 수시 채용을 통해 디지털 인재 확보에 힘 쏟고 있다. 지난해 말 은행장 직속의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하고, 데이터분석 전문가 1000명 양성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는 신한은행뿐 은행권 전반의 현상이다. 시중은행은 올해 채용 전체 인원의 절반 가까이를 디지털·IT 관련 인력으로 채울 계획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올 초부터 IT 부문 인력을 수시 채용 중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8일 디지털·IT 부문 신입행원 채용을 공고했다. 우리은행 인사부 관계자는 “정확한 채용 인원은 비공개지만, IT 부문 인력을 전년보다 많이 채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도 올해 신입 공채 인원 100명 중 25명을 IT 부문에서 채용했다. 기업은행은 국내 주요 대학과 협력해 ‘디지털 교육 과정’을 만들고, 오는 2023년까지 디지털 인재 1000명을 양성하겠다는 목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지주사에서 인터넷은행 설립도 준비하는 만큼 앞으로 IT 전공자 위주의 채용이 더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