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갚는 건 더 중요하잖아요. 개인의 소득이나 자산이 바뀌고 금리 상황도 바뀌는 만큼, 대출도 이에 맞춰 관리해야 합니다.”
지난 11일 만난 대출비교 플랫폼 핀다의 이혜민·박홍민 공동 대표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대출 내역을 한눈에 확인하는 기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전략적인 상환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나의 대출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다는 36개가 넘는 금융기관들의 대출 상품을 비교해 가장 낮은 금리를 찾아주는 비교대출 중개 플랫폼이다. 주로 직장인 신용대출을 취급하는데, 최적의 조건으로 몇 분 안에 대출금 입금까지 할 수 있게 된다는 소문을 타면서 1년 만에 누적 대출액이 100조원 가까이 늘었다. 올해 1월부터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권을 취득해 맞춤형 대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박홍민 대표는 “자산관리 앱 서비스는 많지만, 대출만을 집중해서 관리해주는 서비스는 없다”며 “예·적금이나 펀드와 달리 대출은 정말 필요해서 받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금융 정보는 물론 통신비 납부나 소비 내역과 같은 비금융 정보까지 반영해 더욱 정확한 대출 관리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혜민, 박홍민 대표와의 일문일답.
핀다는 어떤 방향과 전략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하고 있나.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지금 진행하는 비교대출 서비스와 대출 관리 서비스를 고도화 하려 한다.
비교대출 서비스의 경우 그동안은 신용평가사에서 받은 데이터를 가공하는 방식으로 고객에게 제한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앞으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로서 금융사들로부터 보다 광범위한 정보를 직접 받아 비교대출 서비스의 정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기존에 활용해온 금융 데이터 외에도 아파트 관리비, 통신비 내역 등 비금융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을 고안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대출 이력이 없는 이른바 ‘씬 파일러(thin filer)’들에게 최적화된 대출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특히 대출 관리 서비스는 아직 국내엔 생소한데, 현재도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자 납기일 알림, 대환대출 가능성 진단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서비스도 데이터의 정확도가 아쉬웠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정확한 기반으로 더 정확한 추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왜 대출 관리인가.
“핀다는 주로 대출이 비교적 쉽게 나오는 고신용자보다는 대출받기를 어려워하는 중·저신용자가 많이 쓴다.
이들은 금융기관별로 승인 여부와 금리가 서로 차이가 난다.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니 상품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받을 수 있는 것보다 안 좋은 조건에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대출 관리 서비스는 개인의 소득과 자산, 소비, 기타 금융상품 정보 등을 함께 파악해 전략적인 상환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서비스를 접하고 더 나은 조건을 찾은 고객이 대환(대출 갈아타기)을 1년에 4~5번 하는 경우도 봤다.”
소비자 입장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작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핀다는 기존에도 마이데이터 유형의 서비스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폭의 변화가 당장 나타나진 않을 예정이다. 다만 ▲취급하는 대출 상품의 종류가 늘고 ▲상품의 업데이트가 빨라지고 ▲일부 보이지 않던 대출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신용관리 측면에서도 기능이 늘어날 것 같다. 지금도 핀다를 통해 신용점수와 대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신용을 관리하고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는지 가이드하는 기능을 출시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금리 인하 대상자들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기능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카카오, 토스 등도 대출 비교 서비스를 하는데 이들과의 차별점은.
“카카오나 토스는 자체적인 금융기관을 만들고 대출 상품도 내놓고 있다. 중개 서비스는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자체 상품이 있는 곳은 중립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본다.
핀다는 독립적인 중개 플랫폼이다보니 고객과 이해관계를 일치시켜야 한다. 즉 고객이 가장 만족할만한 대출을 중개해야만 커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중립성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또, 카카오페이와 토스는 대출보다는 송금, 이체, 결제 등이 주가 되는 서비스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대출하면 핀다가 떠오르도록 포지셔닝하려 하려 하고 있다. 고객수가 점점 늘면서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면 우대금리를 더 주는 핀다 전용 상품도 기획하고 있다.”
마이데이터가 가져올 금융 산업의 변화상은 어떻게 보나.
“금융업은 보수적이지만 꾸준히 변화해오고 있다. 오프라인 은행이 온라인으로 넘어왔고, 그다음에는 모바일 플랫폼 시대로 넘어왔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되면 다양한 사용자와 사용자의 정보가 오가는 플랫폼의 힘이 더 커질 것 같다.
여러 금융사의 흩어진 정보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유통, 게임, 의료 등 정보까지 결합해 더욱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