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운전자보험을 가입한 A(38)씨는 보험설계사로부터 다양한 특약에 대한 설명을 듣던 중, 낯선 단어를 들었다. 보험설계사는 "오늘까지만 '피부치' 500만원 가능하고, 내일부터는 200만원으로 줄어든다"고 말했는데, 그는 "가족을 뜻하는 '피붙이'나 피부치료 지원금처럼 들려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보험은 같은 상품이라도 특약이 많고, 용어들이 어려워 일반 소비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특히 자주 쓰이는 특약은 보험사나 설계사들이 약어로 부르며 마케팅에 사용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는데, 약어가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보험을 더 어려워하게 된다.

국내 S사의 암보험 약관 200장. /조선DB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에서 약어로 자주 쓰는 은어 중엔 '피부치', '자부상', '교사처' 등이 있다. 모두 지난해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 처벌을 강화한 일명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으로 이슈가 됐던 운전자보험 약관들이다.

피부치는 교통사고 피해 부상치료지원금의 약어로 중과실 교통사고나 음주, 무면허, 뺑소니 등 사고로 피해자가 돼 치료를 받게 되면 지급된다. 교부치라고도 불린다. 통상 가해자가 중과실 교통사고나 음주, 무면허, 뺑소니 교통사고 등으로 검찰에 의해 기소되는 경우 지급된다.

'자부치'라고도 불리는 자부상은 자동차사고 부상 치료지원금의 약어다. 자동차사고 부상등급표에서 정한 상해등급을 받은 경우, 그 등급에 따라 지급되는 치료지원금이다. 이들 특약들은 일시적으로 이런 특약 한도를 늘려 영업에 쓰기도 한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3월 운전자보험 자부상 특약의 14급(가장 경미한 부상) 한도를 70만원까지 늘렸다. 통상적으로 해당 담보는 보험사 간 50만원으로 맞췄는데, 당시 업계에선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기도 했다.

DB손해보험의 '피부치' 설계사 교육자료. /DB손해보험 제공

이 밖에도 교사처는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을 의미하는데, 교통사고 가해자에게 지급된다. 자동차 운전 중 교통사고로 피해자를 사망하게 하거나 중상해에 해당하는 부상을 입혔을 때 형사합의금을 지급하는 특약이다.

'일배책'도 저렴한 보험료로 다양한 사고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지며 관심을 모았다. 일배책은 '가족 일상생활 중 배상책임'의 약어로 주택에 살면서 일상생활을 하다가 타인의 신체 피해 또는 재물 손해에 대한 법률상 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할 때 손해액을 지급한다.

월납 보험료가 700~1000원 수준으로 저렴하고 단독상품이 아니라 운전자보험이나 실비보험 등에서 종(從)보험 형태로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학교에서 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다른 애를 다치게 했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이웃집 차나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등에 대해 보상한도 1억원 내에서 담보한다. 이와 비슷한 약어로 '화배책'이 있는데, 화재배상책임보험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자동차사고에선 '자상', '자손'이란 약어가 많이 쓰인다. 자상은 자동차 상해의 약어고, 자손은 자기신체손해(자기신체사고)의 약어인데, 두 담보 모두 보험 가입자가 자동차를 사용하면서 다치거나 사망사고를 당했을 때 그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