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발표키로 했던 청년·무주택자 등 실수요자 대상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이 '오리무중' 상태에 빠졌다.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신임 민주당 대표 등 이른바 비문(非文)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반면, 당 내에서 세력이 큰 친문(親文)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양 진영의 생각이 너무 달라,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관계자들이 설명이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재산세 부담 완화가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타협안을 쉽게 내기 어려워지는 기류다. 송 대표 등은 민주당 내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부동산 특별대책위원회를 재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송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는 것도 유력하다.

민주당 안팎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당초 이달 중순 발표키로 했던 청년·무주택자 대상 대출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이견이 큰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현재 부부 합산 연소득 8000만원 또는 9000만원(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 대상)인 사람이 5~6억원 이하 주택을 구입할 경우 LTV(담보대출인정비율)나 DTI(총부채상환비율)를 각각 10%포인트(p) 높여주는 제도의 문호를 넓혀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달 중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겠다고 일정까지 공개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5월 청년·무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 금융위원회

한 관계자는 "당 내 의원들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당초 이달 중순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그보다 발표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가령 투기·과열지구에서 6억원 이하 주택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의 경우, 9억원 이하로 조정하는 방안을 찬성하는 입장과 현재 규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중간 정도인 7~8억원을 상한으로 하자는 타협안이 불가능할 정도로 입장 차가 크다"고 또 다른 관계자는 귀띔했다.

민주당은 부동산 정책을 심의, 개선하기 위한 기구로 부동산 특위를 개설하고 지난달 27일 첫 회의를 열었다. 부동산 특위 소속 의원 중에서는 송영길 대표를 비롯해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 국토위 간사인 조응천 의원, 홍성국 의원 등이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윤호중 원내대표, 최인호 대변인 등 다수의 의원들은 규제 완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여러 의원들이 규제 완화 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고 귀띔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새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 조 의원과 신임 사무총장인 노웅래 의원이 찬성하는 등 비문 계열 의원들은 규제 완화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송 대표는 경우에 따라 LTV를 90%까지 완화해야 한다는 강경론자다.

친문 계열 의원들은 종부세, 재산세 등 부동산세 완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강병원 최고위원이 "종부세 완화는 잘못된 처방이다. 시장에 그릇된 신호를 보내, 부동산 폭등이 재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송 대표 측은 부동산 특위를 재구성하고 직접 부동산 문제를 챙기겠다는 입장이다. 대표가 직접 나서 부동산 규제 완화를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한 송 대표 측 관계자는 "당 내 특위는 임시 기구라 새 대표가 선출에 맞춰 새로 구성된다"며 "최고위원들과 협의해 특위를 재구성하고, 관련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부동산 문제를 직접 챙기겠다"며 사실상 특위 위원장을 맡겠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친문 계열로 분류되고, 당 내 다수파인 상황이라 추가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청년·무주택자 대출규제도 "금융위와 정무위가 일찍부터 협의해왔던 사안"(김병욱 의원실 관계자)이라는 입장이지만, 부동산 특위 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고 타협안을 찾지 못하면 이달 중순께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순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송 대표는 4일 오후 정부 각 부처로부터 부동산 관련 보고를 받는다. 금융위원회에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