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적용할 지침을 마련했다. 자금세탁 방지 관련 전산·조직·인력은 물론, 거래소가 취급하는 코인의 안전성, 거래소의 재무 안정성, 거래소 대주주까지 샅샅이 따져볼 예정이다. 거래소 대부분이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최근 시중은행들에 ‘자금세탁방지(AML) 위험평가 방법론 가이드라인(지침)’을 내려보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개정 특금법과 시행령은 가상자산 사업자(가상화폐 거래소)들에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하고, 반드시 은행으로부터 고객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계좌를 받아 영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해당 거래소의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 결과를 토대로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지금껏 금융정보분석원(FIU) 등 금융당국은 필수적 평가 요소, 절차 등 최소한의 지침도 주지 않은 상태였는데,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이 이번에 자발적으로 외부 컨설팅 용역을 받아 결국 ‘가상자산 사업자 공통 평가 지침’을 마련했다.
이 위험평가 방법론 지침은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여부 ▲특금법 의무 이행 위한 조직 내부 통제 체계·규정·인력의 적정성 ▲가상자산 사업자 대주주 인력 구성 ▲가상자산 사업자가 취급하는 자산(코인 등)의 안전성 ▲가상자산 사업자 재무적 안정성 등을 핵심 점검 사항으로 명시했다. 각 점검 사항에 대한 복수의 검증 방식도 담겨 있는데, 각 은행은 상황에 따라 여러 방식을 조합해 적용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연합회 가이드라인에 자체 심사 장치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요주의 인물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지에서부터, 거래 전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 확보 유부, 의심 거래 보고체계 구축, AML 전문 인력 확보 여부 등이다.
개정 특금법 유예기간은 9월 24일까지다. 이때까지 은행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거래소들은 폐쇄해야 한다. 중·소형 거래소는 물론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과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주요 4대 거래소도 향후 재계약 시 은행의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특금법 시행 한달이 지난 현재까지 금융당국에 신고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한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 수는 100~200곳으로 추정된다. 9월까지 신고를 하지 않거나 신고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을 계속하면 불법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