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인하,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들이 생활용품이나 전자제품 렌털 사업에 발을 뻗고 있다. 이전에는 제휴 카드를 내놓고, 렌털 비용을 할인해주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직접 렌털 중개에 나서 기업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리스 금융까지 실시하면서 영역을 넓히는 추세다.
2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전업카드사 7곳(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 가운데 절반이 넘는 4곳이 현재 렌털·리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한 곳은 올해 진출을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와 물건을 빌려 쓰는 렌털 사업의 만남은 자칫 어색해 보인다. 지난해까지 렌털사업은 중소기업적합업종에 해당하기 때문에 여신전문금융업법상 부수 업무 규정에 따라 카드사는 렌털 사업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카드사들이 소비자 접점이 부족한 중소 렌털 사업자들과 금융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렌털 플랫폼 사업이 규제 특례를 받자 카드사에도 문이 열렸다. 금융위원회가 카드사와 관련해 추진하는 규제 샌드박스 관련 1호 신사업이다. 여기에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자본력·영업력을 바탕으로 소수의 대형 렌털 사가 과점 구조를 형성한 B2B(기업 대 기업) 직접 렌털시장을 카드사에 허용하기로 하면서, 기업을 상대로 한 렌털 사업에도 불이 붙었다.
카드사마다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다소 차이가 있다. 바뀐 여신전문금융업법 규정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이제 기업을 상대로 한 직접 렌털사업은 할 수 있지만, 여전히 개인 소비자를 상대로는 직접 렌털사업을 펼칠 수 없다.
이 때문에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렌털 사업은 여러 제품을 모아 렌털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고, 플랫폼에 입점한 중소 렌털 사업자로부터 임대료 입금 관리, 연체 관리 같은 업무를 위탁받아 수수료를 챙기는 식으로 이뤄진다.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현재 개인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렌털 중개 플랫폼 '마이렌탈샵'을 운영하고 있다. 마이렌탈샵은 중소 렌털 사업자가 렌털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렌털 적격조건 심사, 전자계약 대행, 청구 스케줄 생성, 입금 및 중도·만기 해지 같은 업무를 대행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빅데이터 분석 노하우를 기반으로 한 홍보·마케팅과 함께 최적의 렌털 상품을 소비자에게 추천하는 서비스도 신한카드가 담당한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이 플랫폼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렌털 사업자가 이 플랫폼을 이용하면 홈쇼핑이나 온라인 쇼핑몰 같은 다른 판매 채널에 비해 수수료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며 "정수기가 항상 베스트셀러지만, 5·6월에는 공기청정기나 음식물 처리기가, 7월에는 에어컨이 인기 렌털상품 자리에 오른다"고 전했다.
삼성카드와 우리카드 역시 개인 소비자들을 상대로 한 자체 렌털샵을 운영 중이다. 삼성카드는 개인 금융 소비자를 대상으로 2017년부터 '삼성카드 렌탈'을 운영해 왔다. 오래 운영한 만큼 여러 렌탈 대표 브랜드사와 제휴를 맺어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안마의자·스타일러·건조기·매트리스처럼 다양한 상품군을 갖췄다. 개인 금융 소비자가 삼성카드 렌털샵을 통해 렌탈 서비스를 새로 신청하고, 매달 비용을 삼성카드로 자동 납부할 경우 제휴카드 발급 여부나 카드 이용조건에 관계없이 할인 또는 포인트 적립을 해준다.
우리카드 역시 2018년부터 모바일 오픈마켓 위비마켓을 통해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렌털사와의 제휴를 통해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안마의자·스타일러·건조기 관련 렌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카드 이용자가 제휴 렌털 카드를 추가로 이용하면 전월 결제금액에 따라 추가 할인도 가능한 구조다.
반면 KB국민카드는 개인 사업자나 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기업 대 기업) 리스 금융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작한 KB국민카드 애플 리스 금융은 소비자 충성도가 높은 미국 IT 전문기업 애플 제품을 기업에 리스해주는 업계 최초 '애플' 리스 금융 상품이다. 이 상품은 스타트업을 포함해 신용 등급이 일정 수준 이상인 중·소규모 개인 사업자와 법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리스 한도는 업체별 상환 능력에 따라 최대 5억원까지 차등 제공한다. 기업 신용평가 등급이 일정 등급 이상인 우량 법인에 대해서는 "별도 심사를 통해 한도를 5억원 이상으로 높여주기도 한다"고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전했다.
금리는 신청 업체의 신용도와 리스 기간에 따라 최저 연 2.61%부터 차등 적용한다. 심사에 통과하면 업체별로 부여된 리스 한도 범위 내에서 아이맥, 맥북 같은 고가의 애플 제품을 필요할 때마다 횟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리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애플코리아 공식 리셀러인 '맥플러스'를 통해 기업별로 기술 지원과 사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렇듯 렌털 사업이 카드사 새 먹거리로 주목받기 시작하자 롯데카드도 올해 안에 관련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롯데카드는 그동안 롯데그룹 계열 롯데렌탈이나 롯데캐피탈이 관련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이 시장에 주목하지 않았다. 롯데카드는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리스업을 신규 사업으로 등록을 마쳤고, 상반기 내로 렌털·리스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사업 모델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핵심 소비 데이터를 쥔 카드사들은 소비자 패턴 분석이 가장 중요한 렌털 사업에서 강점을 보일 수 있다"며 "시대적 흐름상 렌털 비즈니스는 수년 내 보편화 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카드사들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를 여지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