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과 관련한 활동을 선보이는 금융회사들이 늘고 있다. 금융사의 성별 다양성을 강화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시도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과 금융투자회사 등은 여성을 주제로 한 사업을 잇달아 시작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달 27일 여성 청년 핀테크 창업가를 육성하기 위해 서울시여성가족재단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SC제일은행은 다음 달 여성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우먼 인 핀테크(Women in FinTech) 아카데미’를 열고, 모기업인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글로벌 핀테크 노하우를 공유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그룹 고유의 여성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여성 리더 육성을 위해 2018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6개월간 조직 운영·사업 추진·커뮤니케이션 등의 멘토링을 제공한다. 지난해까지 총 143명의 여성 리더를 배출했다는 것이 신한금융 측 설명이다.
KB금융도 그룹 내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인 ‘위(We·Womans Empowerment) 스타 멘토링’을 운영 중이다. 그룹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KB증권도 각각 ‘KB사내대학 드림캠퍼스’와 ‘밸류업(Value-up) 과정’ 등 여성 인재에 특화된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은행인 BNP파리바 역시 여성 관련 활동 지원에 적극적이다. 한국 BNP파리바는 2019년부터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후원해 여성 영화인 발굴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BNP파리바 한국대표 필립 누와로가 ‘양성평등을 위한 파워 토크’라는 행사에 참여해 “올 연말까지 여성 임원 비율 31%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여성가족부와의 협업도 눈에 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여가부 아이돌봄서비스 결제 편의를 위한 간편결제서비스(돌봄페이)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올해 10월부터 아이돌봄 서비스를 모바일 간편결제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나금융은 매년 모범 결혼이주여성 등을 선정하는 ‘하나다문화가정대상’을 개최해 여가부 장관상을 수여하고 있다.
금융사들의 이런 트렌드는 ESG 경영 평가의 중요성이 점점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 성과만이 기업 경영의 척도로 여겨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환경 문제나 사회 영향력 등 비재무적 성과가 중요해졌다. ESG 평가 기관마다 점수를 매기는 기준은 다르지만, 대개 ‘사회’나 ‘지배구조’ 부문 평가에서 양성평등 노력에 대한 점수를 부여한다.
ESG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는 한 은행 관계자는 “ESG 경영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영향이 있다”며 “단순히 여성 임원 비율을 늘려나가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 관련 사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이 남성 중심이었던 금융 산업에 여성 고객을 유치함으로써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 고객을 등한시한 탓에 금융업계가 그간 놓쳐온 수익이 크다는 시각이 있다”면서 “금융사들이 여성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여성 고객들을 대거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