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지난 2년간 중금리 대출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여신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의 중금리 대출 취급액이 최저 수준으로 집계됐다. 모든 은행을 통틀어서는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가장 많은 중금리 대출을 취급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중금리 대출 실적이 우수한 은행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안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지난해 기준으로는 국민은행이 낙제점을 받고 대구은행이 우수한 성적을 받아든 셈이 됐다. 정부는 그간 금융소외 계층 포용을 위해 중금리 대출을 강조해 왔지만, 일반 시중은행들은 점점 고신용자 대상의 신용대출만 늘리고 중신용자 대출을 외면하는 분위기다.
조선비즈가 28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신한·우리·하나·국민은행)과 상위 5개 지방은행(대구·부산·광주·전북·경남은행)이 취급한 중금리 대출 취급 건수와 금액은 각각 4만1399건, 4205억원으로 집계됐다.
언뜻 1년 전(4만1679건, 4608억원)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중금리 대출 취급 추이를 떼어놓고 보면 사정은 극명하게 갈렸다.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 취급액은 1년 전보다 10% 이상 감소했지만, 지방은행은 71% 이상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 무관심 현상은 2년째 이어지고 있다. 2018년 한때 시중은행은 3933억원의 중금리 대출을 실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635억원과 2366억원을 취급하는 데 그쳤다. 2년 새 40%가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의 중금리 대출 실적은 28.5% 증가했다.
시중은행 중에서도 국민은행의 실적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취급 규모는 130억원으로 4대 은행 중에서 가장 작았고, 지난 2년 동안의 감소 폭도 76.9%를 기록해 가장 컸다. 지방은행인 대구·전북은행보다도 낮은 중금리 대출 실적이었다. 국민은행은 국내 은행 중 원화 대출금이 가장 많은 곳인데도, 역설적으로 중금리 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모든 은행이 일제히 중금리 대출을 줄여가는 가운데, 유일하게 대구은행만이 확대 취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8069건, 1337억원의 중금리 대출을 취급해 전 은행 통틀어 가장 규모가 컸다.
오는 7월 7일 최고금리 인하가 시행됨에 따라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은행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과하고 나설 예정이어서, 그간 중신용자를 외면해 온 은행권의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중금리 대출을 많이 내주는 은행에는 가계부채 증가율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등 인센티브를 줄 방침이다. 예를 들어 100억원어치의 중금리대출을 취급한 은행이 있다면, 정부가 이 은행에 취급금액의 80%인 80억원어치의 가계부채를 추가로 취급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식이다.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실태평가에도 이런 중금리 대출 실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또 앞으로 자율적으로 연간 중금리 대출 공급 계획을 마련해 공개하고, 분기별로 실제 공급 실적을 비교·공시해야 한다. 중금리 대출을 적게 취급하는 은행에는 사실상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윤창현 의원은 "지난해 은행권 신규 신용대출(102조6000억원)의 86%가 신용 1~3등급 고신용자에 집중됐다"며 "중금리 대출을 늘리기 위해 은행의 우수한 신용평가 역량이 중신용자 대출 심사에 더 많이 투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