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수조 원대 개인 자금이 몰리며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되자 금융 당국이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진입 문턱만 높이는 방식으로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구조적 변동성을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당국의 일시적 수급 억제책을 넘어 근본적인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 "진입 장벽 높여도 '음의 복리' 못 막아"… 땜질 처방 그쳐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제도와 관련해 "시장에선 필요 이상으로 불안정을 키웠다는 비판이 있다"며 "기존 대책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보완 대책을 신속하고 충실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상승 국면에서는 상승을 격화시키고, 하락 국면에서는 하락을 심화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융위원회가 지난 16일 내놓은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보완 대책의 핵심은 개인 투자자의 진입 문턱을 높이는 데 맞춰져 있다. 기본 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최소 매매 단위를 1주에서 20주로 확대했으며 신규 상장을 일시 중단하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단기 투기 수요를 일부 줄이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레버리지 ETF 특유의 '음의 복리' 구조나 장 마감 직전 헤지(위험 회피) 물량이 쏠리는 현상은 막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자산가에 대한 역차별 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시장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꺾을 수 있는 근본적인 추가 대책은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현승 한국증권학회장(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은 "정부가 명확하게 무언가 할 수 있는 조치가 많지 않아 보인다"며 "상품을 없애는 것도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진입 장벽을 조금 더 높이는 정도"라고 말했다.
나 회장은 이어 "정책을 계속 변경하면서 시장에 적용할 수는 없는 만큼, 향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추이를 지켜보면서 필요한 경우에 신중하게 검토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추가 대책으로는 '액면 병합' 등을 통해 거래 단위를 크게 높여 투기성 단타 수급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거래 단위 조정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1만원짜리 주식과 100만원짜리 주식이 있다면 1만원짜리 주식이 소액으로 투자하기 더 편리하지 않겠나"라며 "결국 거래 단위를 올려 심리적 진입 장벽을 추가로 높이는 방식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시장 흔드는 현물 헤지… "파생상품 규제 풀어 변동성 줄여야"
전문가들은 단순한 수급 억제책이 아닌, 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는 구조적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장 종가에 집중되는 대규모 헤지 물량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문제를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는다. 현재 국내 ETF 제도는 '파생상품 위험평가액 100%' 규제 등 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이 한도 때문에 상품 전체를 선물 등 파생 계약으로만 구성하지 못하고, 필연적으로 대량의 현물 주식을 함께 보유하며 직접 매매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게 됐다. 레버리지 ETF에 돈이 쏠릴수록 장 막판 주식 시장 자체가 휘청이는 부작용이 발생한 배경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가장 확실한 개선책은 레버리지 ETF의 헤지 수단을 현물에서 선물 등 파생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하는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레버리지 상품의 헤지를 대부분 선물이나 옵션 등 파생 상품으로 처리해 현물 시장 충격을 최소화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내도 레버리지 상품에 한해 파생상품 위험 평가액 산정 방식을 완화해 준다면 현물 시장으로 전달되는 변동성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마감 직전 헤지 물량이 쏠리며 주가를 흔드는 현상을 막기 위해 과거 ELS(주가연계증권)나 ELW(주식워런트증권) 사태 당시 도입했던 '평균 가격 산정 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는 "과거에도 장 종가 하나만으로 최종 결제 가격을 정하다 보니 종가 무렵 불공정 거래나 급변동성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3~5일 평균 가격이나 장중 특정 시간대의 평균가를 괴리율 기준으로 활용하도록 규제를 완화해주면 종가 쏠림 및 악순환 현상을 자연스럽게 분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실시간 체결로 인한 장 막판 투기 수급을 막기 위해 장 마감 전 일정 시간 동안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극단적 거래 제한보다는 장 막판 유동성 충격을 완화하는 완충 지대를 만들자는 취지다.
◆ 배율 하향·상폐 카드 부담… 서학개미 이탈·소송 리스크
일각에서 거론되는 '레버리지 배율 하향'(2배→1.5배), '상장폐지 유도', '전면 단일가 매매 전환' 등은 현실적으로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품의 본질을 훼손할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고점에 매수해 손실을 입은 개인 투자자가 많은 상황에서 거래를 강제로 제한하거나 상품 구조를 바꿔 손실을 확정지을 경우, 당국과 거래소가 집단소송 및 거센 반발 리스크를 온전히 떠안아야 한다. 이는 시장 자율성을 침해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부담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이 강경책을 주저하는 배경에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의 '태생적 출생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상품은 당초 테슬라·엔비디아 등 해외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으로 달러를 싸 들고 떠나는 서학개미들의 발길을 국장으로 돌리기 위해 당국이 규제를 완화하며 의욕적으로 들여온 상품이다. 미국·홍콩 등 글로벌 시장과의 비대칭 규제를 해소하고, 국내 우량 대형주로도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해 자본 유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결국 당국 입장에서는 자본 유출을 막겠다고 만든 제도로 스스로 폐기하거나 껍데기만 남길 경우, 당초 정책 취지가 무색해지는 부담을 안게 된다. 국내 상품 거래 제한하면, 투자 수요 자체가 사라지기보다 환전을 거쳐 미국 증시의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으로 빠져나가는 '풍선 효과'만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금융 당국 역시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억제책보다는 해외 사례처럼 선물 활용도를 높이고 결제 방식을 유연하게 열어주는 등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추가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조언했다.